가계대출 연체율 수직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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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데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큰 폭으로 줄이는 바람에 가계자금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월 말 현재 2백22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의 만기연장이나 빚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가계대출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1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1.9%로 전달(1.5%)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0월을 고비로 소폭이나마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고삐가 잡혀가던 연체율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통상 분기 말이면 실적 보고 때문에 연체율을 집중 관리하므로 3월.6월.9월.12월 연체율이 다른 달보다 낮게 마련이지만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올 1월 오름폭은 지나치게 크다"며 "경기 위축과 맞물릴 경우 가계대출 부실화를 우려해야 할 상황"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은행들의 연체율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1월 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은 2.7%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의 2.2%보다 0.5%포인트가 수직 상승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지난해 10월 말(2.38%)을 웃도는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0.85%에서 1월 말 1.34%로 0.49%포인트 올랐다. 역시 지난해 10월 말(1.16%)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0월 말 1.15%에서 지난해 말 1.01%로 낮아졌다가 1월 말 1.5%로 다시 뛰었다.

조흥은행은 연체율이 지난해 말 1.45%에서 1월에는 0.4%포인트 정도가 더 오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용카드 빚이나 연체 등이 가계대출 연체로 이어지는 등의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미 소비심리 위축세가 뚜렷한만큼 급격한 가계대출 억제를 완화하는 등을 통해 가계 빚 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상업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평균 2.7%"라며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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