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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으로 직원 연금 낸 건 횡령" 시민 화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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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직원의 사학연금 보험료(개인부담금)를 등록금으로 불법 대납해온 사립대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교육부에 대해 학부모·시민단체 등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중앙일보 7월 4일자 1면> 44개 사립대의 대납 금액 2080억원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환수 불가 입장을 밝혀 비리 사학들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연금 보험료 대납을 ‘횡령’으로 보고 학생들이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에서도 불법 대납액 환수를 위한 방안 검토에 나섰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4일 성명을 통해 “연금 대납으로 불법 전용된 등록금을 회수하고 문제 대학들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 단체 문주현 교육문화실장은 “자신들의 등록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아는 것은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교육부가 문제 대학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면죄부를 줘 불법을 조장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도 이날 명단 공개와 불법 대납액 환수를 촉구했다. 학사모 최미숙 대표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이 부지기수”라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학에서 교직원들의 연금까지 대납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납액을 환수하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대학 명단 공개와 대납액 환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정영준 기획감사담당관은 “대학들이 재발 방지 입장을 밝혔고 명단 공개 시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단체협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돈이기 때문에 회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직원들의 연금 보험료를 대학 명의가 아닌 교직원 개개인 명의로 납부해온 만큼 절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논리는 학계에서조차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사립대 회계 전문가인 독고윤(경영학) 전 아주대 교수는 “절반을 개인이 내도록 돼 있는 사학연금법을 명백히 어겼는데도 단체협약을 근거로 환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법 위에 단체협약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상적인 교비 지출 항목이 아닌데도 연금 대납을 해온 것은 ‘횡령’”이라며 “단체협약을 맺은 대학 측에 학생들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단과 금액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13조2항)에 따르면 대학의 세출 항목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 등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연금 보험료 대납처럼 다른 목적으로 유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원한 한 사립대 교수는 “교비가 학생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쓰이는 것은 중대 범죄”라며 “연금 대납은 편법으로 임금을 올려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교육부의 안일한 대응방식을 질타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대학들의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리 사학을 감싸 불법을 조장하는 것과 같다”며 “환수 조치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석만·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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