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부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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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주부들은 매일 부엌에서 50여리씩을 걷고있다』-우리 재래식 부엌에서의 동선과 노동량을 조사한 장명욱교수 (서울대·가정학)의 보고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쯤되면 「중노동」인데, 어떻게 부엌을 개량해야 그 50릿길 수고를 줄일 수 있을까. 장교수에게서 부엌개량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다.
활발해진 문학주택건설 「붐」에 따라 부엌구조도 많이 「모던」해진 게 사실이지만 얼마나 잘 개량되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엌은 우선 바닥높이가 다른 방하고 똑 같아야지 문지방을 넘고 계단을 내려서야 하는 식으로 바닥이 낮아서는 안된다. 이런 부엌을 오르내리려면 1분에 5·2 「칼로리」정도가 소요되는데 평지라면 2·4 「칼로리」밖에 소모가 안된다.

<마루 깔아 가볍게>
바닥은 마루하고 똑같은 나무로 깔아서 문 하나 밀고 옆 마루에 가는 정도의 가벼운 기분을 갖고 부엌에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게 좋다. 값비싼 「타일」을 요즘 많이 까는 데 이것은 딱딱해서 걷는데 쉽게 피곤해지고 차갑기 때문에 겨울에는 좋지 않다.
모처럼 돈을 들여 고쳐놓은 부엌의 부뚜막이 낮은 것은 부엌을 고친 의의를 반감하는 일이다.

<허리 펴고 일해야>
이렇게 만드는 것은 연탄하나로 방도 덥히고 요리도 하자는 규모있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인데 생각을 돌려보면 방을 줄곧 덥혀야 하는 기간이란 1년에 3∼4개월 정도고 연료비래야 얼마 안된다. 개수대와 똑같은 높이의 조리대를 만들어놓고 추운 동안에만 따로 불을 피우고 봄·여름·가을에는 요리할 때만 방 덥히는 아궁이 불을 옮겨다 넣어서 허리를 펴고 일하도록 한다.
개수대와 조리대 높이는 우리나라 여성 표준키에서 볼때 78∼83cm가 적당하다. 45cm인 높이에서 구부리고 일하면 1분에3·19「칼로리」가 소모되고 60cm 높이면1·53「칼로리」 가 소모되는데 78∼83cm에서는 1·32「칼로리」밖에 소모 안된다. 낮은 부뚜막에 줄곧 엎드려 일하는 것도 아니고 구부렸다 일어섰다 한다면 더욱 심한 노동이 될것은 물론이다.

<발넣는 공간마련>
개수대·조리대·부뚜막 등의 아래부분은 나무로 찬장을 짜넣도록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바닥에서 10cm정도 발을 들이밀 수 있는 공간을 남기고 다리를 구부릴 수도 있도록 20cm쯤 찬장을 들여다 짓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서있는 자세가 안정되어 피곤량을 줄일 수 있다.
찬장은 용도에 따라 넓은 간, 좁은 간을 만들고 서랍도 간을 막아서 그릇과 부엌용품을 분류해서 넣어두도록 한다. 여닫는 문의 안쪽에 작은 간을 달아 도마와 칼을 간다든지 못을 박아 조리국자 남비 등을 걸도록 하면 훨씬 부엌을 밝게 정리할 수 있다.

<쟁반 꽂이도 편리>
다른 가구에서는 많이 이용되는 회전식서랍, 빼닫이 서랍, 다리를 부분적으로 접는 식탁 등을 찬장에도 이용할 수 있게 머리를 써서 직접 목수를 지휘하면 한결 편리한 부엌을 싼값으로 꾸밀 수 있다. 「레코드」 꽂이같은 간을 만들어 쟁반을 세워서 보관하면 사용할 때 손쉽게 빼쓸수 있다.

<온 가족 드나들게>
부엌바닥을 높이고 부뚜막을 높이고 마당의 수도를 개수대로 옮기는 등 손을 댄 개량부엌에서 주부가 하루 소비하는 「에너지」는 6백60 「칼로리」로 재래식 부엌보다 1백40여 「칼로리」가 절약되는데 이것은 사람이 3·6km 즉 10리를 걷는데 필요한 열량의 절약을 의미한다.
개량된 부엌은 식도락을 지닌 아버지나 아들이 드나들어도 흉하지 않다는 잇점을 또 하나 갖고 있으며 온 집안사람들을 명랑하게 만들어 주는데 공헌하기도 한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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