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태극마크 '찜' 입양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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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아이스하키에 또 다른 ‘구원 투수’가 나타났다. 생후 6개월 만에 노르웨이에 입양됐던 마티야스 군데르센(28·사진)이 아이스하키를 하기 위해 27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안양 한라 입단테스트를 받고 있는 군데르센은 3일 안양빙상장에서 “새로운 도전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군데르센은 노르웨이에서 촉망받는 골리(goalie·골키퍼)였다. 다섯 살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해서 열한 살 때 골리로 자리잡은 그는 노르웨이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그러나 2007년 부상한 뒤 부진을 계속해 2012년 노르웨이 2부리그 코멧과 계약 종료 뒤 빙판을 떠났다. 군데르센은 “계속 아이스하키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대학 전공을 살려 회계사가 됐다”고 떠올렸다.

 그를 빙판으로 다시 불러낸 것은 고국이었다. 한국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했지만 경기 종목에선 자력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낼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 3월 캐나다인 브락 라던스키(30·한라)를 특별귀화시켜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또 전 세계에 나가있는 한국계 아이스하키 선수를 찾기 시작해 군데르센을 발굴했다. 김정민 협회 홍보팀장은 “군데르센이 원실력의 80%만 찾아도 아시아 리그 정상급 기량 ”이라고 했다.

 군데르센은 “한국 제안에 놀랐다”고 했다. 지난 1일부터 3주 과정의 입단 실력 검증에 들어간 그는 4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 라던스키처럼 특별귀화를 통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군데르센은 “ 아시아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올림픽에도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를 낳아준 부모님도 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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