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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 학우돕자|한줌의 살 모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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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김탁명기자】열두살의 어린이가 가난속에 몸져 누워있는 어버이를 돌보고 두동생을 뒷바라지 해가며 자신은 학교에서 달리기선수로 뛰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진 다음 학우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 어린이날을 앞두고 흐뭇한 화제가 되고있다.
대구 종로초등학교 6학년1반 김춘희양(12)은 오는7일 대구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시내 국민학교 어린이 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하오3시쯤 다른 선수들 틈에 기여 학교운동장에서 1백m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키가 훨씬큰 김양이 갑자기 어지럽다면서 운동장 한쪽 나무 그늘로 쓰러질 듯 주저앉았다.
같이 연습을 하던 선수들과 체육교사는 김양을 곧 양호실로 옮겼으나 김양의 체온은 잠깐동안 39도까지 오르고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따라갔던 급우들은 김양이 못먹어 넘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먹이며 서로 김양을 돕자고 어린 손들을 마주 잡았다.
이튿날인 29일 6학년1반 실장 정철권군은 전교 어린이회를 소집, 김양을 돕자고 호소, 우선 5, 6학년 어린이들이 한줌의 쌀모으기를 하여 가난한 김양에게 보태주기로 결의, 2일까지 1가마를 모아 김양에게 전했다. 김양의 딱한 사정을 들은 김소앗과 원장 김집박사도 치료비를 안받겠다고 하여 한결 어린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게 된 김양의 집안은 너무나 가난하다.
시내 염매 시장안에서「리어커」를 끌며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 김성구씨(43)와 같은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던 어머니 김복임씨(42)는 오래전부터 병을 얻어 벌이를 못하고 있어 세딸의 맏이인 김양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했다.
김양은 아파 누운 부모님의 시중들기와 빨래일 부엌일을 모두 맡아하고 종로교 3학년인 동생 정희양(9)과 춘만양(6)의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다. 어린몸에 너무나 벅찬 집안을 맡고 있으면서도 김양의 얼굴은 구름이 끼지않고 항상 명랑하여 학급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성적도 상위에 들어있다.
김양의 담임인 남경주교사는 김양이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학교에서 접심시간에 주는 옥수수빵도 자기는 절반만 먹고 절반은 남겨 병석에 누운 어머니에게 갖다준다고 했다.
요즘은 운동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는 빵도 자기는 입도 대지않고 집에 갖고가 어머니와 어린 동생에게 나누어 먹이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메게한다고 했다. 10일전에는 김양이 운동연습을 하느라고 운동장에 벗어 놓은 운동화를 잃어버리자 조무래기 학급친구들은 용돈을 모아 김양에게 운동화 한 켤레와 양말 한 켤레를 사주기도 했다. 김양은 2일 학급 친구들이 모아준 쌀을 받으면서 김양의 친구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굳세게 살겠다고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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