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보건일과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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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명의 안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무엇보다도 강렬하다. 이 가운데도 병마에서 해방되려는 몸부림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주변에는 병원을 외면하고 자가요법으로 삶을 절망으로 안내하는 「아나크러니즘」적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런 것은 비단 경제적인 빈곤에만 그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의료행위를 상행위와 동격시하는 잘못된 진단이 의사의 위신을 타락시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얼핏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는 현재 상당히 많은 의사가 있어 과잉상태로 잘못 인식하게도 된다.
그러나 지방에는 아직도 6백여개소의 무의촌이 있다.
의사의 도시 집중-이것은 묻지 않아도 생활과의 함수관계에서 오는 것이다.
의는 인술이라고 하지만 의사도 직업인인 이상 생활보장이 되어야 하며 진료시설을 갖출만한 뒷받침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봉사와 함께 영리를 취하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이는 한 개의 병원균이나 한 가지 병의 치료법을 연구하고 발견하는데 온갖 정력을 다 하고 심지어는 전 생애를 바치기도 한다.『나는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며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 한다』-이런 서두로 시작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되뇔때 마다 의사들은 의업을 천직으로 알고 천직에 스스로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천직에 충실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려니와 일반의 불신풍조에서 나오는 환멸감을 이기기는 더욱 어렵다.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일부 의사의 몰지각한 소행으로 의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례에 불과하다.
세계보건의 날 행사를 우리나라애서 가진지도 벌써 18번째.
이제부터라도 환자는 의사와 병원을 마음의 안식처로 생각하며 의사는 천직에 충실하는 명랑한 풍토가 이루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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