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자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일은 우리가 13번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한국 최초의 민간독립지 「독립신문」의 창간일을 기념하기 위해, 59년 4월 제3회 「신문주간」때부터 제정된 것이다.
더말할 것도 없이「독립신문 의 정신은 한국과 모든 개발도상 민주주의국가 국민들이 길이 계승해야 할 개혁의 선봉자로서의 정신, 불의와 압제에 대한 항거정신, 날로 새로와가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교육적 계몽도의 정신이라고 합 것이다.
올해 신문주간의 표어가「신문의 자주」로 정해진데 대해서는 종래의 표어들, 즉
「신문의 책임」「품위」「독립」「공정」「성실」「긍지」,또는 「신뢰받는 신문」등과 더불어 그것이 한국 언론과 한국사회 전체의 성장과정에서 제기된 현실적 과제를 그때마다 요약한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 신문과 언론은 이제 그 어느 때 보다도 자주적인 편집과 자주적인 경영이라는 당위 앞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1월25일에 소집되었던 한국편협임시총회는 『오늘날 자유언론에 몰아치는 안팎으로부터의 도전이 심각하고 집요하다』고 지적한바 있거니와 작년의 신문주간 표어가 특히 「신뢰받는 신문」을 내세웠던 것을 상기할 때에도 한국 언론인은 오늘날 한국 신문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심각하고 이러한 불신의 근원이 한국 언론에 있어서의 자주성의 상실에 있음을 스스로 통감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신문과 언론이 그 당면과제로서 「신문의 자주」를 내세우게 된 것은 오늘날 한국사회에 있어 언론기관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기관이 대중민주정치의 이념에 배치되는 현실에 직면해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첫째로, 오늘날에 있어서도 한국의 신문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사전억제의 금지조항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사전억제적인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 있어서는 이러한 제약의 존재가 발행인과 편집인 또는 일선기자 할 것 없이 한국의 신문제작자 자신들에 의하여 무비간적으로 당연시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할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기에 앞서, 여하한 형태로든 사전억제의 굴레를 감수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신문의 자주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로, 한국 언론은 최근 특히 금력으로부터 교묘한 위협을 받고 있다. 어느 나라건 언론기관이 직면하여야 할 금력으로부터의 위협이란, 자금대부를 받아야 할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위협, 광고주로부터의 위협, 또는 경영주로부터 오는 상업주의적 위협 등 많은 제약 요소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으나, 한국의 경우 특히 권력과 결부된 금력의 위협이 「신문의 자주」를 사실상 곤란케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오늘날 한국 신문의 자주를 손상케하고 있는 것은 언론인들 자신의 무사안일주의, 입신처세주의 등 요컨대 타락한 「샐러리맨」 기질의 만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특히 오늘의「신문의 날」을 있게 한 「독립신문」이나, 포악한 일제통치자의 무단지배하에서도 참다운 신문인으로서의 기백을 굽힐 줄 모르던 선배 언론인들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고취한다는 것은 한국 언론의 항로를 바로잡기위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면과제 할 것이다.
신문의 날을 맞아, 전체 언론인들의 냉철한 자가비판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있어서도 민주주의적인 국가건설을 위해서 자유로운 언론이 갖는 막중한 사명에 대한 재인식이 다져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처럼 제기된 「신문의 자주」에 대한 요구가 결코 한낱 구호로 그쳐서는 아니 될 것을 다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