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겁나는 펜스 푹신하게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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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딱딱한 한국 두산 김현수가 잠실구장 펜스에 부딪히며 공을 잡고 있다. 국내 선수들은 딱딱한 펜스와 충돌해 자주 부상을 입는다(사진 왼쪽). 푹신한 MLB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그래디 사이즈모어는 홈구장 펜스에 부딪혔지만 부상을 입지 않았다(사진 오른쪽). [중앙포토]

‘흉기’로 불리는 한국 프로야구 구장의 외야 펜스가 교체·보수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월 중 각 구장 실태를 파악하고 올겨울 구장당 3억원 정도를 들여 공사를 하기로 했다.

 야구계의 기대는 크다. 아울러 “제대로 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 외야수 박한이(34)는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 선수가 부딪힐 때 펜스가 출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그 정도의 안전성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메이저리그 펜스도 위험하다=메이저리그 외야 펜스는 나무와 콘크리트 블록, 금속 프레임, 벽돌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다. 그 위에 부착하는 안전 패드가 핵심이다. 이는 합판과 5~8㎝ 두께의 발포고무, 비닐커버 등으로 만든다. 침대 제작에 쓰이는 부드러운 라텍스도 사용한다. 팀 미드 LA 에인절스 부사장은 “선수 보호가 최우선이다.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패드가 찢어졌는지를 항상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펜스라고 해서 다 안전한 건 아니다. 5월 14일(한국시간) 워싱턴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21)가 LA 다저스전에서 외야 담장에 설치된 전광판과 부딪혔다. 특수 코팅 처리가 돼 있었지만 하퍼는 목 주위를 11바늘이나 꿰맸을 만큼 큰 충격을 입었다. 건립 99년이 된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 리글리필드는 전통을 지키느라 안전을 포기했다. 이 구장은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외야 담장으로 유명하지만 그 안에는 딱딱한 벽돌이 있다.

 스포츠 안전 기준을 정하는 국제단체 ‘ASTM 인터내셔널’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미국 구장은 피츠버그의 PNC파크와 휴스턴의 미닛에이드 파크뿐이다. 두 구장은 충격 흡수 테스트인 ‘지맥스(Gmax)’와 머리 부상 테스트인 ‘HIT(Head Injury Test)’를 모두 통과했다.

 ◆안전이 최고의 팬 서비스=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미국은 수준 높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위험하다고 평가받는 구장도 한국에서는 가장 안전한 구장일 것”이라고 했다. 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펜스를 교체할 때 10억원 정도를 쓴다. 반면 지자체로부터 구장을 임차하는 국내 구단은 그만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

 안전 패드를 두껍게 하고, 펜스의 경도를 낮추는 게 관건이다. 미국은 두께 10㎝ 이상의 물렁물렁한 패드를 사용한다. 펜스와 펜스 사이에 공간을 둬 선수가 충돌할 때 펜스가 뒤로 밀리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구장도 있다.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일본은 펜스 광고를 바꿀 때 고무 성분이 많은 우레탄 페인트를 쓴다. 페인트 때문에 패드가 딱딱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에나멜 페인트는 안전 패드를 굳게 한다.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은 “최근 잠실구장 펜스를 만져보니 표면부터 속까지 딱딱하더라. 더 낡은 구장은 상태가 심각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해마다 많은 선수가 딱딱한 펜스와 부딪혀 큰 부상을 입고 있다. 선수의 부상은 고스란히 구단과 팬들의 손해로 돌아간다. 펜스가 안전하다고 믿으면 선수들은 몸을 던져 멋진 플레이를 한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최고의 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LA 중앙일보 박상우 기자,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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