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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와 '네이버 스탠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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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심서현
경제부문 기자

‘거 참, 꼼꼼히도 봤네’.

 2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검색 엔진에서 광고를 구별하기 위한 표시 지침’을 보고 든 생각이다. FTC는 우리로 치면 공정거래위원회다. 24일 FTC 소비자 보호국은 구글·AOL·야후·빙을 비롯한 23개 검색 업체에 “소비자가 검색 결과에서 광고를 순수 검색으로 속지 않도록, 이 둘을 보다 명확히 구분해 표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소비자의 상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공정·기만적 행위를 금지한다”는 FTC 조항 5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2년 FTC는 이미 관련 지침을 내렸었다. 당시 검색 엔진들은 광고료를 낸 사이트를 ‘프리미어 리스팅’이나 ‘피처 검색’이라는 이름을 붙여 검색 결과 위쪽에 보여줬는데, FTC는 이렇게 모호한 표현 말고 ‘광고’나 ‘지불’같이 직접적으로 표시하라고 했다.

 현재 구글과 야후 같은 검색 사이트의 결과는 이런 지침을 반영한 것이다. 구글과 야후에서 꽃집(flower shop)을 검색하면 맨 위에 각각 2개와 4개의 온라인 꽃집 사이트가 나온다. 회사에 광고료를 낸 업체들인데, ‘Ads related to(관련 광고)’라는 표시가 함께 나온다. 순수 검색 결과와 광고로 인한 검색은 바탕색도 서로 다르다. 두 사이트 모두 ‘광고’라고 표시한 별도의 게재난을 화면 오른쪽 옆에 만들어 놓았다.

 이 정도면 광고와 순수 검색이 구분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FTC의 새 지침은 ‘깨알같이’ 세세했다. 광고는 바탕색을 더 진하게 하거나 아예 테두리를 만들어 확실히 구분 짓고, ‘광고’라는 문구는 더 크고 잘 보이게 적으라고 했다. 외부 업체 광고뿐 아니라 여행이나 쇼핑,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이 회사가 운영하거나 수익과 관련된 서비스를 검색 결과에 나타날 때에도 이를 순수 검색과 구분되게 표시하라고 명령했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의 75%를 차지하는 네이버에서 ‘꽃집’을 검색하면 결과 상단의 15개 업체 모두 네이버에 광고료를 낸 곳이다. ‘파워링크’, ‘비즈사이트’라는 코너명 옆에 아주 작은 글씨로 ‘AD’라고 적혀 있으며 바탕색 구분은 없다. 이것만으로 광고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외에도 검색 첫 페이지는 ‘지식쇼핑’ ‘네이버 뮤직’ ‘네이버 책’ 같은 수익사업과 블로그·지식인·카페 같은 자체 서비스 결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의 제도가 꼭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한 정보를 제공받을 소비자의 권리는 어디서나 보장받아야 한다. FTC는 지침서에 이렇게 적었다. “소비자는 제3자가 지불한 금액이 아닌, 연관성에 바탕을 둔 검색 결과를 보기를 기대한다.”

심서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