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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빈곤의 추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어떤 친구가 양어를 시작했다. 큰 못에 수만마리의 치어(치어)를 사다넣었으나 얼마 안가서 십여마리의 잉어가 남았을뿐 치어는 간곳이 없었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작은배양지(배양지)를 만들어 큰놈과 작은 놈을 가려가며 일정한 크기에 이를때까지 서로 생활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약육강식으로 몇마리의 큰놈때문에 모조리 희생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정부통계와 최근 ILO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은 생계비의 절반이하이며 작업환경에 있어서도 거센 소음과 조명부족·유해분진등 나쁜 작업조건밑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경제단체는 이것을 시정은 커녕 오히려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있다. 이런 상태하에서의 근로자는 『치어의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 근로자들이 목전의 생활에 급급한 나머지 자기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근로생활을 감수한다면 치어의 종말이 될것이다. 『생산의 주체』로서 『수요의 창조자』로서의 이중의 기능을 가진 근로자들이 진정한 생산향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부조리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데 있다. 이나라의 번영과 균형잡힌 복지사회를 이룩하려면 무엇보다 근로의욕을 북돋우게함으로써 우리생활에서 빈곤을 추방하는데 있다.
빈곤은 추방되어야한다. 가장 빈곤했던 자유중국이 요즈음엔 거지와 도둑이 없는 나라로 되었다. 『푸른 제복을 입은 개미』라고 불릴만큼 가난했던 자유중국의 농민들도 농촌에 있어서의 수공업발전과 균형있는 소득재분배정책으로 빈곤을 추방했다. 임금은 적게 주면서 덮어놓고 이윤만 올리려는 기업주들도 반성해야 할일이지만 근로자 스스로가 노동의 권리를 포기하고 비굴할이만큼 부당한 노동조건을 감수한다면 전체근로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옳은 일은 못된다.
빈곤을 추방하자면 먼저 우리 근로자들이 권리의식을 되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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