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와 정면대결 2000만원대 수입차, 어디 눈길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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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가격 차이가 실질적으로 저울질해볼 만큼 줄어든 덕분이다. 따라서 같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국산과 수입차의 차급 차이도 한 계단 정도로 줄었다. 거리에 수입차가 늘어나면서 심리적 저항도 많이 누그러졌다. 게다가 무이자 할부, 각종 할인 혜택 등 귀가 솔깃한 프로모션이 끊이질 않는다.

 2000만원대 수입차는 국산차와 벽을 허문 주역이다. 한때 2000만원대 수입차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떡밥’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차종부터 틈새시장을 겨냥한 ‘마이너리거’인 경우가 많았다. 가격은 말이 2000만원대이지, 대개 2990만원이었다. 편의장비는 으레 3000만원대의 트림으로 몰아 놨다. 소비자는 속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업체 입장에선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애물 단지가 되기도 했다.

피아트 500

 그러나 이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최근 나온 2000만원대 수입차는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전략 차종인 경우가 많다. 피아트 500이 대표적이다. 500은 1957년 선보인 원조 500의 디자인을 계승한 소형차다. 2007년 데뷔 50주년 만에 부활했다. 500은 인테리어 컬러, 데커레이션 스티커 등 다양한 조합으로 나만의 개성을 담을 수 있다. 차의 덩치나 성향 모두 BMW 미니를 겨냥했다. 이탈리아어로 500을 뜻하는 ‘친퀘첸토’라고도 부른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4L 가솔린. 102마력을 낸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 물리고 앞바퀴를 굴린다. 배기량만 보고 성능을 얕잡아 보면 큰 코 다친다. 경차만 한 덩치와 1.4L의 조합은 기대 이상 강렬하다. 가격은 쿠페 기준 2690만~2990만원.

 푸조 208 역시 2000만원대 수입차의 간판스타다. 감각적 디자인을 비롯해 탁월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2013 중앙일보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208은 1929년 데뷔한 201에 뿌리를 둔 차종이다. 소형차와 디젤 엔진의 달인, 푸조의 솜씨가 아낌없이 녹아들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4와 1.6L 디젤 터보다. 1.4 eHDi의 경우 21.1㎞/L의 연비를 낸다. 핸들링도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폴크스바겐 폴로는 뛰어난 상품성으로 형님뻘인 골프를 위협하는 아우다. ‘R-라인 패키지’로 멋을 낸 폴로 1.6 TDI가 2490만원이다. ‘독일차는 비싸다’는 선입견을 허물었다. 폴크스바겐 코리아의 박동훈 사장이 “70만원 남기고 판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폴로는 직렬 4기통 1.6L TDI 엔진과 듀얼 클러치 방식의 자동 7단 변속기를 얹고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90마력이지만 차체가 아담하고 가벼워 성능은 매섭다. 0→시속 100㎞ 가속 11.5초, 최고속도 시속 180㎞다. 운전 감각은 골프에서 엑기스만 짜낸 느낌이다. 폴로는 지난달 총 368대가 팔렸다. 수입차 차종별 판매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급기야 미니가 가격을 2590만원으로 낮춘 쿠퍼 오리지널을 선보여 맞불을 놨다.

푸조 208

 2000만원대 수입차는 그 밖에도 다양하다. 푸조의 자매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DS3 1.6 VTi를 2990만원에 판매 중이다. 혼다는 시빅 세단을 2590만~2790만원에 팔고 있다. 또 닛산은 큐브를 2260만~2560만원에 선보였다. 미국 차 가운데도 있다. 포드는 포커스 해치백 2.0 디젤을 2990만~3090만원, 짚은 앞바퀴 굴림 방식의 컴패스 기본형을 2950만원에 선보였다.

 그런데 2000만원대 수입차가 모두 인기를 끄는 건 아니다. 같은 가격대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폴로와 미니, 큐브가 크게 앞서나가 있는 형국이다. 또 2000만원대 차라고 하더라도 전체 예산을 잘 감안해 차종을 골라야 한다. 가격은 2000만원대지만 보험료과 각종 세금을 더하면 3000만원을 넘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소모성 부품 교환비용 등 유지비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취재팀=김영훈·박진석·이상재·이가혁 기자,김기범 자동차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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