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결산] 피닉스 선스 (1)

중앙일보

입력

피닉스 선스의 올 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들은 87~88시즌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도중 감독이 해임되고 연이은 트레이드의 실패는 앞으로 팀의 미래에 위기감을 조성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12월까지 선스는 그렇게 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었다.

비록 18승 13패로 서부 컨퍼런스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을 뿐 초반부터 부진의 늪에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1월 들어 4승 10패를 기록하며 침체에 빠진 팀은 2월과 3월에 들어서도 좀처럼 상승무드를 타지 못했고 감독인 스캇 스카일리의 해임이라는 극약 처방도 효과를 못보았다.

그들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4월 성적에서 2승 7패를 기록하며 결국 플레이오프 에이스에서 탈락하며 시즌을 끝냈다.

◇ 트레이드의 실패

선스가 부진한 성적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트레이드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오프시즌 동안 선스는 그동안 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슨 키드를 뉴저지 네츠로 보내고 대신 스테판 마버리를 데려왔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두 선수간의 트레이드는 네츠의 판정승이다.

개인 기록이야 키드와 마버리 모두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훌룡한 성적을 올렸지만 소속팀에 끼친 영향력만큼은 단연 키드가 우세했다.

현재 네츠는 사상 최초로 NBA 결승에 올라 LA 레이커스와 격돌하고 있지만 선스는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고 오는 26일 있을 2002년 신인 드래프트와 다가올 자유계약 선수 시장을 알아보고 있는 처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네츠는 '키드 효과'를 톡톡히 보았지만 선스는 '마버리 효과'를 거의 못 보았다는 것이다.

키드와 마버리의 트레이드 외에도 선스가 밑지는 장사를 한 경우는 또 있었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트레이드로 클리포드 로빈슨을 주고 존 월라스를 데려온 것.

이 경우 역시 선스의 막대한 손해라 볼 수 있는데 로빈스은 선스 시절처럼 새로운 팀인 피스톤스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팀이 12년만에 디비전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엇다.

하지만 선스로 온 월라스는 고작 46경기에 나와 평균 5.0득점, 1.8리바운드의 성적만을 기록하며 '가비지 타임' 플레이어로 전락하고 만 것.

선스는 시즌 내내 키드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로빈슨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시즌 초반과 중반에 있었던 2건의 트레이드에서도 선스는 손해보는 결과를 얻었다.

올랜도 매직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찰스 '보' 아웃로는 팀의 약점이던 포스트와 리바운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그 역시 LA 클리퍼스와 올랜도 매직 시절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

오히려 팀 플레이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기까지 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추어 보스턴 셀틱스와 단행했던 트레이드는 선스가 과연 플레이오프 진출을 원했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셀틱스로부터 미래의 1라운드 지명권과 유망주인 조 존슨, 백업 포인트 가드로 활용도가 높은 밀트 팔라시오를 데려왔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선스의 핵심 벤치 맴버로서 활용도가 높았던 로드니 로저스와 토니 델크를 보낸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들을 노렸던 팀들이 많았기에 로저스와 델크를 이왕 트레이드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좀 더 다른 팀들과의 교섭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류한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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