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결산] 뉴욕 닉스 (1)

중앙일보

입력

뉴욕 닉스에게 올 시즌은 개막을 앞두고 발생한 9.11 테러 사건만큼이나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지난 89~90시즌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에서 5할미만의 승률을 올렸고 그 결과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일찌감치 실패하며 1985년 신인 드래프트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로터리 픽‘ 팀이 되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다.

닉스의 시즌 출발은 래리 존슨이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을 때부터 불안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오프시즌 동안 포스트 진의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과제를 풀지 못한 채 트레이드를 통해 샌든 앤더슨과 하워드 아이즐리라는 두 명의 가드를 데려오는 실수를 하게 된다.

팀에게는 이미 알렌 휴스턴과 라트렐 스프리웰이라는 훌룡한 가드 진을 보유하고 있었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마크 잭슨과 찰리 워드라는 포인트 가드도 있었기에 앤더슨과 아이즐리의 영입은 그야말로 마이너스 효과였다.

사실 닉스가 11월까지 8승 8패의 성적을 올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이 올 시즌 이렇게 까지 추락하리라 예상하던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12월 들어 점점 패하는 경기가 많아졌고 팀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침체되어갔다.

결국 여기에 결정적으로 감독이던 제프 밴 건디가 급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며 팀을 떠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팀은 그야말로 붕괴 직전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들의 특유의 팀 컬러였던 끈끈하고 터프한 수비는 이미 사리진지 오래였고 덩달아 팀 내에서 공격을 주도할 스프리웰과 휴스턴 두 콤비마저 동반 부진, 더 이상 닉스는 동부 컨퍼런스를 호령하던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다.

제프 밴 건디의 뒤를 이어 감독 대행을 맡은 돈 체이니 역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수들은 공개적으로 팀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결과는 최악으로 다가갔다.

올스타 휴식기를 지나 시즌은 종반으로 접어들 때 닉스는 2월과 3월 월간 성적에서 각각 2승 10패, 7승 10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접게 된다.

◇ 마커스 캠비, 닉스의 딜레마

98~99시즌 당시 패트릭 유잉(현 올랜도 매직)과 함께 닉스의 포스트를 이끌었던 찰스 오클리를 내주며 대신 데려온 마커스 캠비.

'에너자이저‘라는 별명답게 정열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유잉이 떠나간 닉스의 센터자리를 지켰던 그는 올 시즌에는 닉스의 미래가 아닌 딜레마로 작용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가족이 인질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충격적인 일을 당해 결국 닉스의 시리즈를 망친 일이 있던 불운한 그였기에 이번 시즌을 맞는 캠비는 남달랐다.

오프 시즌 동안 끊임없는 트레이드 루머에 올라 자존심이 상해있던 그는 휴스턴과 스프리웰의 외곽지원을 받으며 래리 존슨 마저 떠나간 닉스의 골 밑을 홀로 사수 한 것.

하지만 시즌 29경기만에 엉덩이 부상으로 인해 결국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캠비의 부재가 바로 팀에게는 치명타를 입힌 셈 이었다.

가뜩이나 포스트의 전력 약화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던 닉스에겐 그의 공백은 무척 크게 느껴졌다.

사실 캠비에게 팀은 공격보다는 리바운드와 블록 샷 등 궃은 일을 기대했다.

캠비 역시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과 개인 기록 역시 닉스가 원하는 것과 일치했다. 하지만 그의 공백은 당장 팀의 색깔이 변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그렇다고 해서 일순간 폭발적인 공격력을 바탕으로 한 점수 쟁탈전을 할 팀 컬러는 결코 아니었다.

캠비는 결국 29경기에 나와 평균 11.1득점, 11.1리바운드, 1.7블록 샷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문제는 그가 최근 몇 년간 완전한 몸 상태로 플레이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그의 계속된 크고 작은 부상, 그로 인한 경기 결장은 결과적으로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서 사용하려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고 캠비가 정상 출전이 힘들어지면서 팀 내 전력 약화에 원인이 되었다.

닉스로선 캠비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더 이상 기대주가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류한준 명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