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진 공복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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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공복상에 관한 두가지 서로 상반된「이미지」가 보도를 통해 전해짐으로써 특히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나는 2급공무원인 하모씨가 1억원짜리 집을 짓다 발각되어 검찰이 소재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70평생을 청렴하게 총리·장관등 최고급 공무원생활을 하다 퇴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슬하에는 식모하나 두지 못하여 자기가 직접 연탄불을 갈다가 중독으로 사망한 거룩한 공무원이 있었다는 보도라 하겠다. 이 두 극단적인 사건은 공무원의 명암을 잘 나타낸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수 없다.
2급 공무원의 봉급은 실질 소득으로는 월3만원을 넘지못한다. 월3만윈으로써 10명의 가족을 거느리고 자녀를 교육할 수는 도저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상당의 집을 짓는다는것은 국민들에게 자기의 부정과 부패를 자랑삼아 내세우는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1억상당의 집을 가진 사람의 가내장치며 부속시설은 또 얼마나 들 것이며, 그들이 주야육림속에서 낭비하는 돈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지경으로 부정과 부패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신문에 보도되고 검찰이나 경찰이 직접 수사의 손을 뻗칠 대상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매일 상대하고 있는 부정축재 공무원은 어찌 보도된 이 한사람의 경우 뿐이겠는가.
돌이켜보면 5·16혁명후 현 정치지도자밑에서 서슬이 퍼렇게 부정축재 공무원을 엄단하고, 이른바 부정축재자들에게서 환수금을 강징해 대던 그 기백은 어디로 사라지고 전대미문의 사치와 허식이 판을치고 있는지 통탄을 금하지 못할 노릇이다. 정부는 모든 고급 공무창에게 재산등록을 시켰고 수시로 재산의 증감액을 보고하도록 서슬퍼런 훈령을 내렸는데도 한낱 2급공무원이 1억원의 집을 지을때까지 그 부정과 부패의 실증을 잡지못하여 사직에의 고발을 삼가고 있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도 공무원의 눈에 보이는 부정과 부패를 개탄하고 『부정·부패·무사안일에 젖어 있는 공무원은 민족반역자』라고까지 극언, 그 가차없는 색출을 지시한 바 있고 『장기집권에 따르는 타성』을 경계하라고 강력히 지시한바 있다. 그런데도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송사리공무원은 지방출장시 냉면 한그릇을 대접받았다고 하여 파면처분하면서 2급 공무원은구속조차도 꺼리고 의원면직시켜 타처에 자리를 마련해 준뒤 도주의 기회마저 주고 있는 듯한 감이 있다.
서울시경은 덩달아 공무원범죄수사에 보도관제까지 하고 있는데 그 이유야말로 걸작이다. 『공무원비위사실이 잇따라 보도됨으로써 공무상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급공무원의 부정과 부패는 모든 국민이 실감하고 있으므로 이의 철저한 공개 색출과 엄벌이야말로 흐려진 공복상을 바로 잡을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국민은 생각한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또 하나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렴결백한 공무원은 최저 생활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봉급을 현실화하고 그 대신에 부정·부패공무원을 과감히 적발하여 공무원의 상을 바로 잡아야만 할 것이다. 중앙청수위가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못먹고 산다고 해서야 어찌 부정·부패 공무원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인가. 차제에 정부는 공무원의 기강을 바로 잡기위하여 먼저 최고급 공무원층의 부정·부패부터 엄단함으로써 솔선수범하여야만 할 것이며 현재 명목에만 그치고 있는 중앙기강위원회의 활동을 보다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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