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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뒤 5분 감쪽같이 사라져 한 달째 찾지 못한 여성운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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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운전자가 실종된 모닝 사고 차량, 조수석 앞 깨진 유리에서는 사람 머리카락 14가닥이 발견됐다. [사진 경남경찰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여성운전자가 한 달째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수사하고 대대적 수색을 하고 있지만 실종운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27일 오후 8시2분쯤 남해고속도로 창원에서 순천방향으로 운행하던 강모(55·여·자영업·진주시)씨의 모닝 차량이 진주시 문산 나들목 부근(순천방면 75.8㎞)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차는 좌우 앞범퍼가 부서졌지만 운전자가 숨질 정도는 아니었다. 사고 뒤 운전석에는 강씨의 지갑과 휴대전화, 신발이 있었으며, 시동도 켜져 있었다고 한다. 다만 조수석 앞유리에는 외부에서 사람 머리가 부딪쳐 생긴 방사형 균열이 있었다. 유리에선 머리카락 14가닥이 발견됐다. 또 차량 왼쪽이 중앙분리대에 붙어 있어 운전석 문은 열기 어려웠다.

 경찰은 모닝이 3차로로 주행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1차로에 멈춰 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8시쯤 모닝이 충돌한 지점에서 20m 뒤쯤에 BMW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갓길에 정차해 있었다. 2명이 타고 있던 이 차의 조수석 여성은 얼굴 등에 부상을 당했다.

 사고를 목격한 운전자 등의 신고로 모닝 사고 5~6분 뒤 견인차 2대가 고속도로 진입 문산IC 쪽에서 역주행해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 이어 8시10~11분 사이 다른 견인차 2대가 진성IC를 통해 현장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순찰대는 이보다 늦은 오후 8시20분쯤, 119구급대는 8시24분쯤 도착했다.

 하지만 운전자 강씨는 없었다. 견인차가 도착하기 5~6분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모닝을 견인한 운전기사는 “차에 사람이 없었다. 운전자를 못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조수석 유리에서 발견한 머리카락을 실종자 딸의 DNA와 비교했으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회신을 받았다. 실종자의 머리카락이 아닌 것이다. 경찰은 정밀조사를 위해 다시 머리카락을 실종자 언니의 DNA와 비교하는 등 머리카락 주인공을 찾고 있다.

 경찰은 조수석 유리와 머리카락을 근거로 운전자 강씨가 다른 곳에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강씨의 이동경로에는 보행자 뺑소니 사고나 실종신고가 없었다. 실종자는 이날 대구를 방문한 후 진주로 가던 중이었다. 오후 6시24분 칠서 톨게이트에 진입해 6시41분부터 함안휴게소에서 1시간 정차한 뒤 오후 7시45분 출발해 오후 8시 진주터널을 통과했다. 함안휴게소 폐쇄회로TV(CCTV)에는 강씨는 혼자였고, 칠서 톨게이트 진입 당시 앞유리도 멀쩡했다. 당일 비가 많이 와 확정하기 어렵지만 함안휴게소에서도 앞유리는 이상 없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오후 8시5~6분 사이 “2차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다른 운전자의 신고가 있었다. 경찰이 강씨가 사고를 낸 뒤 도로로 나왔다가 제2의 사고를 당해 유기되거나 납치됐을 가능성을 수사하는 이유다. 경찰은 사고 시간대 현장을 통과한 차량 150대를 추적하고 있다. 다만 20m쯤 뒤에 BMW차량 운전자가 있었고, 견인차가 도착하기 전에 그것도 많은 차량이 오가는 고속도로에서 유기·납치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고속도로에는 혈흔도 없었다. 27일 하루 80㎜ 등 전날부터 200㎜의 많은 비가 내려 혈흔이 씻겼을 수 있는 것이다. 2차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잘못돼 운전자 스스로 잠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 얘기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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