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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이 준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설악산등반대원의 조난사고는 천재(천재)에만원인이 있지않았다.
조난한 등반대원들이 기상조건등 자연을 너무나 경시하고 무리한 훈련을 강행한것이 보다 큰원인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그들이 남긴 일기내용이 뒷받침하고있다. 조난자들이 「죽음의 계곡」에 등반을 시작한 것은 2월12일 하오2시30분. 2시간에 걸쳐 「스키」훈련을 마치고 「캠핑」(막영)을 시작한것이 하오4시30분께.
이때 날씨는 쾌청했었다. 이튿날인 13일새벽부터 눈싸라기가 쏟아졌음이 오준보군(연세대OB)의 설중일기에서 밝혀지고 있다.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들 훈련조는 「베이스·캠프」동남쪽 70∼80미터지점인 1백미터 빙폭에서 오르내리기 훈련을했고, 13일하오1시30분 「자일」을타고 빙폭을 내려갔다. 이때는 이미 눈싸라기가 눈보라로 변해있었지만 훈련조는 눈보라를 무릅쓰고 「아이스·클라이밍」훈련을 강행했다.
오군의 일기에서 이 훈련이 하오2시30분 끝난것으로 나타나있다.
오군의 일기에 따르면 이희성훈련대장은 이같이 쏟아지는 눈보라속에서도 훈련계획대로 훈련을 강행했으며 「캠프」는 이들 훈련조의 최종목표인 대청봉에서 1킬로미터거리인 1백미터 빙폭 아래의 골짜기를 그대로 고수했음이 드러나있다.
현지 산악전문가들은 이들 훈련대가 「캠핑」한장소는 「죽음의 계곡」에서는 최적의 장소였지만 눈싸라기가 눈보라로 돌변할때까지 훈련을 강행, 「캠프」를 그대로 지킨점이 이번 조난사고의 치명적인원인으로분석했다.
조난대원들은 현지상황을 무시하고 짜낸훈련계획에 너무충실하여 조난한것으로 해석할수밖에없다.
등반대가 훈련과정을통해 일기예보에 관심을지녔어야 했음은 지극히초보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등반대원들이 그정도로 내린눈으로는 나무가 많은 대청봉아래에서 눈사태가 날것을 예상못한 점과 눈보라가 몰아치는데도 가장 가까운 거리의 대피장소인 양폭으로 피하지 않았던 점등을 이번 조난사고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더욱 천막을친 장소는 일단 눈사태가 날경우―눈더미가 한곳에모일 중심부로밝혀진것을보면 이번조난사고는 훈련조를이끈이희성대장등 「리더」들이 자기들의 장비와실력을 너무나 과신했는데다 눈사태에 대한 경험이없었던점에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난사고를 교훈삼아우리나라도 외국과같은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등반학교가생겨 점점 불어나는 산악인구를 훈련지도하고 전문적인 산악인을 양성해서 인명을 산에 빼앗기지않도록하는방안이모색되어야할것이라고 현지를 돌아본 산악인들은 입을모으고있다.
【설악산=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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