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병적인 소비동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의 소비동향은 매우 주목할만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것 같다.
국세청의 과세자료에 따르면 68년중의 국민소비동향은 명백히 병적인 현상을 노정시키고 있다할 것이다. 68년에 소비가 현저히 늘어난 분야를 보면 이나라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여실히 엿볼수 있을뿐만 아니라, 어느면으로는 국민의 사고변화까지도 엿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68년중에 특히 늘어난 분야를보면 유기장출입이 67년보다 15배나 늘었다하며, 경마장출입도 2배나 늘었다한다. 또 이른바「터키」탕출입자가 작년중에 일약 10만명이나 늘어났는가하면 주류소비도 날로고급화하고있어 「막걸리」소비증가율은 떨어진 반면, 맥주·청주등 고급주의 소비증가율은 각각41%, 14%로 늘어났다. 또 철도이용객의 수는 46%가 증가했으나, 침대차 이용객은 2배가 느는등, 소비는 전체적으로 낭비화·고급화의 경향을 여실히 나타내고있다.
이러한 국민소비 동향은 몇가지 점에서 당국이 중요시해야 할줄로안다.
첫째, 막걸리 소비증가율이 떨어진 반면, 맥주·청주등의 소비증가율이 엄청나게 높은 이유를 생각해야 할것이다.
이러한 동향은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하나는 농촌과 도시의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징표라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국민사이에 빈부의 차가 더욱 벌어짐으로써 시현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특히 맥주나 청주 소비는 요정이나「바」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가될수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부대비용이 술값보다 훨씬 더 드는 소비라 할 것이다. 이러한 낭비적소비가 가능한 배경에는 부당이득·불노이득·그리고사용소비·관용소비등을 미명으로하는 이른바 사회적비용의 가중이라는 요소가 다분히내재돼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것은 사회적 부패도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둘째, 유기장출입이 67년보다 15배로 늘었다든지, 경마장출입이 2배로 늘었다는 점, 그리고 고급주류 소비율이 현저히 증가했다는 점등도 국민의 사회의식을 촌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시해야 할줄로 안다. 사회심리학이 제시하는 바에 따르면, 국민이 이중적사고·이중적행동을 상습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하에서는 소시민적 취미에 몰두하는 경향이 대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유기장이나 경마장등 출입증가는 그야말로 이러한 소시민적취미라 할 것이므로 이점 당국은 주목해야 할 줄로 안다.
국민이 소시민적 취미에 몰두하기위해서는 오직 돈만 있으면 되는 것이기때문에 이러한 취미에 몰두하면 할수록 국민의 가치척도는 화폐로 일원화되기 마련이요, 그 때문에 부패부정이 국민정신의 심층에까지 스며들게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기풍의 만연으로 국민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조장되면 급기야는 양심을 가지고 국가사회를 염려한다는 사회의식조차 소멸되고야 말것이다. 이런 상황하에선 국민가운데 창조적 활동, 건설적활동이 일어날 수는 없을것이며, 이리하여 인간적인 퇴폐가 성행될때 그다음에 올 무서운 정체를 위정자는 무엇보다도 깊이 생각하는바 있어야 할것이다.
물론, 우리는 국민가운데서도 특히 지식수준이 높은 도시민이 전기한 바와 같은 퇴폐적인 소시민적 취미에 몰두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적어도 앞을 내다볼줄 아는 위정자라면 일부 국민가운데 나타난 조그만 동향에서도 국민의 숨소리를 캐낼수 있어야 할것이란 점에서 그것이 사회적 정체화를 뜻하지 않겠는가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