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카드사 사회공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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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상거래의 ‘갑을 관계’가 사회문제화하면서 기업의 ‘공유가 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 주목 받고 있다. CSV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교수인 마이클 포터가 2011년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이 수행하는 경영활동이 해당 기업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전체적인 상생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영학계 일부에선 CSV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CSV는 CSR과는 다른 나름의 역할과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기업 임직원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불우이웃에게 기금을 전달하는 게 CSR이라면 CSV는 비즈니스에 방점이 찍혀있다. 기업은 물론 고객이나 지역사회의 이익도 함께 키운다는 뜻이다. 영업사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가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된 남양유업 사태를 겪으며 주요 기업들이 CSV에 대한 연구와 실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국민카드의 CSV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KB국민카드는 지난달 29일 KB국민카드 본점 강당에서 최기의 KB국민카드 대표, 민상기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 이민희 아이앤컴바인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KB국민카드 수학 바로풀기 봉사단’ 발대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엄격한 심사 과정과 2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봉사단원 15명에게 임명장이 수여됐다.

 수학적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9개월 동안 재능 기부 형태로 ‘바로풀기’라는 모바일 앱에 올라온 수학문제 풀이에 참여하게 된다. 봉사단 학생들은 실제 활동 내역에 따라 매월 최대 15만원의 장학금과 최장 10시간의 봉사활동 인정시간을 받는다. 수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재능 기부의 장을 열어주면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한편으로는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모바일 앱을 활용해 모르는 수학문제를 무료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아이앤컴바인의 모바일 앱 ‘바로풀기’와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한 KB국민은행이 아이앤컴바인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생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추구할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 모델로 만들자고 제안, 양측이 뜻을 모아 탄생한 게 이 프로그램이다.

 KB국민카드가 한국도미노피자와 손잡고 선보인 ‘KB국민카드 사랑나눔세트’도 대표적인 공유가치창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는 KB국민카드 회원이 도미노피자의 해당메뉴를 구매할 때마다 양사가 공동으로 1세트에 600원씩 적립해 ‘아프리카 어린이 사랑나눔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기금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를 통해 기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말라위 치무투 지역 어린이들에게 영양식과 식수를 지원하는 사업에 활용된다.

 KB국민카드 사랑나눔세트는 두 회사의 기업활동과 고객의 소비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라는 사회공헌을 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두 기업은 경제주체로서 각자의 활동으로 공유가치인 사회공헌을 구현해나가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KB국민카드 사랑나눔세트는 이달 말까지 전국 360여 개 도미노피자 매장에서 판매되며, KB국민카드(KB국민체크/기업/비씨 및 선불카드 제외)로 해당 메뉴를 사면 20% 할인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공유가치 발굴을 통한 기업활동은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일과성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CSR 활동보다 진일보된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나눔 운동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며 “KB국민카드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영활동을 통한 공익적 가치 창출 모델 개발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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