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회 선거 공산당 돌풍 … 민주당 제치고 제1야당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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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 야당’이던 일본 공산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 공산당은 23일 실시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17석을 확보, 연립여당인 자민당(59석)·공명당(23석)에 이어 제3당으로 발돋움했다. 아직도 집권 여당인 양 갈팡질팡 헤매고 있는 민주당은 43석에서 15석으로 추락했다. 공산당의 이전 의석 수는 8석이었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중·참의원 선거와 같은 국정선거는 아니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7월 21일)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전초전이란 점에서 공산당의 약진은 큰 의미를 지닌다.

 불과 6개월 전의 중의원 선거 때만 해도 공산당은 자민(294)-민주(57)-일본유신회(54)-모두의 당(18)-일본미래당(9)에 이어 최하위 그룹에 머물렀다. 중·참의원 모두 전체의 2% 전후한 세력에 불과하다. 그런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 도약했으니 그야말로 ‘사건’이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이날 "선거기간 수렴한 경기회복과 헌법수호 등 도쿄 도민들의 바람을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4일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표가 민주당을 외면하고 공산당으로 흘러갔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야당으로 전락한 뒤 구심력을 잃고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당내에 보수·진보세력이 뒤죽박죽 섞이다 보니 당내 충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 문제를 놓고도 아직까지 개헌에 명백히 반성한다는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에 대해선 “사람은 좋지만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9년 정권교체의 주역이었던 오자와 이치로, 하코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는 이미 당에서 쫓겨나거나 타의에 의해 정계 은퇴를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야권 성향 유권자들은 보다 확실하고 선명하게 아베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공산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본 공산당의 지향점은 다른 정당보다 명확하고 간결하다. ‘아베노믹스 반대’ ‘원전 반대’ ‘평화헌법 개정 반대’다. 당명이 주는 어감과는 달리 일본 공산당은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1980년대 아웅산 테러사건과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후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시이 위원장은 “2005년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제정 당시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것도 공산당”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은 또 재일동포에 외국인 참정권을 부여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22년 창립한 공산당은 2004년 강령 개정을 통해 ‘전위당’ ‘노동자 계급의 권력’ 등의 전투적 문구를 아예 삭제해 버렸다. 사유재산제도 인정한다. 79년 중의원 수가 41석에 달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지만 90년대 사회주의권 몰락과 소선거구제 도입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 실용노선으로 전환했다.

 다만 다른 정당과 달리 기업으로부터의 정치자금과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정당 교부금은 일절 거부한다. 대신 31만 명의 당원 중 25만 명(약 80%)의 진성당원이 내는 당비와 기관지(아카하타(赤旗):평일·주말판 합해 145만 부) 구독료로 당을 운영한다.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서기국장은 23일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공(산당) 대결’로 선거구도를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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