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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이가」 북벽은 「알프스」산의 최고 난「코스」로 유명하다. 이벽을 정복한 사람에겐 더 이상의 영광이 없다. 66년에야 최초의 등반에 성공했다. 무려 7일이나 결렸다. 그 북벽너머로는 일사천리의 언덕이다. 등반에7일, 하산엔 하루가 결리는 「코스」다.
이「아이가」 북벽엔벌써몇년째이상한 「자일」(밧줄) 이늘어져있다. 그끝엔 사람이 하나 매달린채로 있다. 그가 생존해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일이다. 필경 누가 등반을 하다가 헛짚어 「자일」에 목이 졸린 경우일것이다. 여기는 만년빙점이하-. 그냉동인간은 언제까지 이북벽에매달려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산에서의 죽음처럼 고독한 죽음도 없을 것이다.「윔파·텐트」로 유명한 「윔파」의 이야기도있다. 그가 이끄는 등반대가 「마타호른」에 오를때의 사고는 너무도 유명하다. 「자일」에 7명이 매달린 채로 「슬리프」사고가 일어났다. 「자일」의 위에 매달린 3명을 살리기 위해 아래에 매달린 4명이 스스로 밧줄을 끊었다. 그들은 종적조차 찾을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윔파」는 위의 3명속에 있었다. 그「윔파」도 종국엔 눈사태 속에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설악산 「죽음의 계곡」사고는 거의 불가항력이었던것 같다. 그들은 해외원정「팀」 이었으므로 장비를 나무랄 것은 없을 것이다. 등반기술조차도 그만하면1급일 것이다. 문제는 「죽음의 계곡」으로 미끄러져 떨어진데에 있다. 이 계곡의 경우, 적설을 2미터로 치면 눈사태로 쏟아져 내린 눈의 무게는 무려 2백톤으로 추정하는 등산가가 있었다.
2백톤의 무게는 5톤짜리 「트럭」40대분의 중량이다. 「설산」이 온통 허물어지는것 같은 어마어마한 무게이다. 「스노·홀」(설동)은 이런 사방에선 생각조차 할수 없다.
설동에서 죽음에 이르는것은 체온을 지킬수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체온이 25도이하면 더 이상 생명을 지탱하지 못한다.
동사는한여름라도 체온을 25도이상으로 유지할수없을때 일어난다. 게다가 눈의 중력까지겹치면 생존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번 사고의 진상은 어느 경우인지 아직 분명치 않다. 원인을 발견해야 이들의 생존여부도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디「스노·홀」에서 대피를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라는 한가닥 마음이 간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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