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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민의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집불응 헌법모독>
한나라의 국회가 어떤때는 야당의 국회로, 어떤 때는 여당의 국회로 두동강이가 될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이해를 달리하는 국민들이면서도 언제나 국가의 최고한 공
동목표에 대한 공동이익을 위하여 한국가의 한국민으로서 단결과 협력을 아끼지않는 이상으
로,한사람 한표의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택받은 그 국회의원들의 국회가 하나가 아니고
반쪽이 되고 절름발이가 된 것 같은 상황이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망측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난6일 우리헌법과 국회법규정에 의하여 버젓이 소집되어 개원식을 가진 제68회 임시국
회가 여야 정당간의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야당 단독으로 소집된 것이라고 하여 여당인 민주
공화당의원 1백13명중 의장 한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출석을 거부하기 때문에 국회법의 이른
바 개의정족수(개의정족수)라는 재적의원 3분의1인 58명에 미달한 이유로해서 국회가 하릴
없이 유회를 거듭하게 되었다. 과연 이럴수가 있을까. 우리 헌법에 보면 국회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임시국회는 소집되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즉 현재의 재적의원 1백74명에서 44명의 요구로써 소집될수 있으므로 46석을 가진 신민당
은 신민당만으로도 넉넉히 국회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비록 44명의 소수로써도 국회소집을 요구할 수 있게한 헌법규정은 확실히 다수에대한 소
수의 주창을 용납하여야 한다는 뜻과 동시에 그만한 수의 국회의원의 발의라면 국민여론의
중요한 부분을 대표할 수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취지라고 할것이다.
이제 정중한 개원식을 가진 국회는 헌법에 어긋남이 없는 이상 야당단독소집이건, 여당단
독소집이건을 물을 것 없이 바로 국민의 국회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공화당은 여당
의 다수의 책임상 국회 소집에 응치않는다는 일 자체가 헌법정신과 그규정에 대한 모독이
요, 또 국민에대한 정치도의상 책임이 추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야는 적대말도록>
임시국회소집의 필요는 반드시 야당측에서 내세우고 있는 안건을 말할 것 없이 당연히 생
각할 수 있었다. 새해에 들어서 행정부로서는 국회를 통하여 국민앞에 내외정세를 분석하면
서 앞으로 한햇동안 가져야할 국가시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동시에 국민에게 희망을 주며 또
크게 격려하는 일이있어 마땅했던 것이다. 혹은 대통령이 국회에대한 연두교서(교서) 대신에
신문기자회견을 가졌다고 하지만 신문기자회견은 단순한 신문기자회견에 불과한 것 이었다.
국회에 보내는 대통령교서에는 여야당대표의 찬성과 질의가 당연히 따를 수 있고, 그로인
해서 국민의 이해를 더욱 촉구할 수 있고 또 국민의 많은 논평을 듣는 가운데 정책을 더 훌
륭하게 다듬어 나갈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여야간의 충분한 절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여야간의 대립이 심각하다고하더라도 그대립은 어디까지나 더좋은 정책을 짜내기위한 논전
을 뜻한 것이고 결코 감정적이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물론 여야의 대립가운데는 전략이 없을수 없을 것이고 다소의 감정도 따를 것이다. 그렇
다고 서로 적대시하는 따위의 감정적 대립을 국민앞에 정면으로 드러내놓는다는 일은 정치
인답지않은 일인 것이다. 특히 다수를 가진 정부당으로서 소수인 야당에 대하여 국회출석을
집단거부하는 종류의 전법이란 참으로 생각키 어렵다. 만일 있을 수 있다면, 다수의 횡포에
대항할 도리없어 소수파가 국회출석을 거부하는 일은 생각될수도 있다. 야당의 국회단독소
집을 단순한 어떤「전략」이라고 거부한다고 하지만 여당에는 전략에대한 전략을 위한 국회
출석도 생각함이 있어야 할것이다.

<높은 기품 간직해야>
그런데 모처럼 국회가 열리고도 의사진행을 볼수없게 만드는 소위「개의정족수」란 무엇
이냐. 이것은 전혀 불필요한 것이다. 국회가 개원을 본 이상 국회는 당연히 의사를 진행시켜
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출석수효를 따져야할 필요는 의결(의결)이 있을 때 뿐인 것이
다. 국회의 의사는 국회의원 출석수효로써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의사록(의사록)으로써 진행
되는 것이 외국의 대개의 예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보면 그넓은 의사당에 불과 십수명밖에 없는 자리에서 미리 장만된 원고를 가지
고 나와 지루할 만큼 연설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앞에는 속기사가 또 열심히 받아쓰
고 있다. 영국 국회에서는 의견이 있을 때를 위하여 국회의사당에서 걸어서 5분간 거리의
국회담장밖의 민간식당에까지 요령을 달아놓고 있다. 의결이 있을 때는 그 요령을 상당한
시간 울려서 국회 근방에 흩어졌던 의원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출석한다는 일은 마치 생명을 내걸고 전쟁터에 나서는 장병
같은 높은 기품을 가져야한다. 영국 국회에서는 개회중이면 상원측의 높은 탑위에 국기를
내걸고 마치 전함(전함)이 출전하는 것 같은 태세인 것이다. 이는 국회 스스로가 국사를 다
루는 책임의 중대함을 국민앞에 표시할 뿐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항상 개회중의 국회에 대
한 주의를 끌게 하는 것이다. 밤이면 하원측「빅·벤」탑위의 시계에 불을 켜서 멀리서 국
회의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국사의 긴급한 심의를 알게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회의원은 약간의 의식적인 민간의 모임에까지「프랑스」국기로 허리를 동
여매고 나온다. 항상 국기를 받들고 국기를 내몸에 품고 국가와 더불어 생사를 같이할 것을
맹세하는 불란서 국회의원의 정신과 그 위치를 말하는, 정중하고도 애국의 애국의 정열에
넘치는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홍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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