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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격동하는 「체코」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체코」의 자유화를 절규하면서 분신자살한 「얀·팔라치」를 추도하는 시위가「체코슬로바키아」 전역을 휩쓰고 있다고 전한다. 이 추도시위는 주로 학생들에 의해서 전개되고있는데, 일반시민은 대체로 이를 동조하는 기색을 보이고있으며 「체코」내 여러 신문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추도시위행진은「체코」 전국민에게 민족적 열정을 고취하고, 국민적 단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연방회의와 「체코」국민회의의 즉각적인 민주선거의 실시를 요구하는 학생행동위의 주장에 대해서 공산당과 정권의 지도자들은 타협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프라하」로 부터의 외신보도는 20일 밤 당서기 「두브체크」·수상 「체르니크」·대통령「스보보다」·국회의장「스므르코프스키」둥이 학생대표를 참가시기고 비밀회담을 열었는데, 이 비밀회담은 자유로운 의회선거를 비롯하여 학생들이 내세우고있는 자유화요구를 단계적으로 실현 하자는데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작년 8월 하순 소련군이 「체코」에 침입하여 「체코」의 독립과 주권을 짓밟은 이래 「체코」의 당 및 정권의 괴뢰화, 예속화 작업이 꾸준히 강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코」민중의 항거 운동은 줄기차게 지속되었다. 이런 민중항거는 적극적 저항이 아니라, 소극적인 소동적 저항이요, 점령군에 대한 비협력운동으로 나타났지만 소련점령군의 강압정책에도 불구하고 독립과 자유를 찾기 위한 민족적 저항이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체코」국민의 자유화, 민주화의 요구가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무릇 자유에 대한 열망은 본능적인 것이요, 또 자유에의 요구는 민주화에의 요구와 직결되는 것이라 하지만, 외국점령군의 강압 밑에서 일체 협력을 거부하고 자유와 독립을 찾기 위한 운동을 벌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요, 이점 우리는 「체코」국민의 용기를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하고싶다.
소련점령군의 강압정책과 민족저항의 틈바구니에 끼인 「체코」정부는 그 입장이 매우 난처해져 「스보보다」 대통령은 소련군 점령하에 있는 「체코슬로바키아」 정부가 계속 권력의 좌에 머물러 있으려면 『최후통첩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하여 진정을 호소하고있다. 「체코」 정부의 이와 같은 호소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민중의 파도치는 시위항쟁으로 새로운 위기에 부닥친 「체코」 정부는 이제 민중의 편에 서든가, 그렇지 않으면 소련점령군의 앞잡이 노릇을 하든가 양자택일하지 않으면 안될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이다.
외군점령하 정권을 담당한 세력이란 십중팔구는 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되는 것이지만, 이 시기야말로 「체코」의 당과 정부가 소련의 괴뢰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모멘트」가 될 것이다. 「체코」 강점이래 소련의 움직임을 보면 동구권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고자세를 취하면서도 「체코」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는 혹은 협박 혹은 회유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이는 결국 소련의 「체코」 침략이 시대착오적 과오이며 군사력에 의한 제재를 가지고서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증거라 하겠다. 소련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체코」 점령에 종지부를 찍어 그 역사적인 과오를 청산함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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