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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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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용권<서강대교수>
현대문화는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현대문화는 바로 정치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문화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은 크다. 정치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은 가깝게는 「케네디」 행정부와 지식인 및 예술가의 관계에서 볼 수 있다.
한데 현대문화는 단일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것이다. 국민문화· 민족문화라고 하지, 만국민 전체가 함께 나누고있는 문화를 오늘날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도시와 지방·사회계층·연령층· 직업등에 의해서 사람들은 각각 부차문화 (Sub-Culture)를 지니고 그것에의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큼 문화정책은 획일주의보다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어야한다. 문화는 반드시 정치처럼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정치목표가 적절한 정책을 통해서 수행되지 않을 때는 흔히 구호로 그치고 말지만, 이러한 사례는 특히 문화정책에서 자주 드러난다. 단순히 즉흥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를 포함한 생활일반의 상황에 비해 의욕과잉의, 그리고 상의하달식의 문화의 이념 일수륵 공허한 것이 될 경우가 많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전세기의 적자생존의 사회통념이 사업계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인문관계를 다스리고있는 것 같은 현실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문화념은 오히려 익살스럽기만하다.
그리고 여기서 두려운 것은 정책이나 이념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적절하게 표면화 하지않고, 내면화하는 경향이다. 적어도 공적인 문화가 아니고 지하적인 숨은 문화로 변한다는 것이다. 요즘 국민교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사이에서 유행하는 갖가지 우화·수수께끼·촌담 가운데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는 통렬한 현실비판이 담겨져 있다.
풍자와 실의, 좌절감, 「시니시즘」을 담은 이런 얘기들이 젊은 세대의 부차문화의 중요한 양상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한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념비를 세우고 복고식의 건물을 세워놓고 국민을 위한 정신생활의 지주와 상징을 찾고자 한다면 그 보다 앞서 문화표현을 정치이념의 장식물로 보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또 경제생활에 대한 즉각적인 응용과 공리성을 기준으로. 하여 학문의 여러 분야를 차별하는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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