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3.0'은 고급 정보가 잘 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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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행정 정보는 개인정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공개하는 게 맞다. 이를테면 서울 논현동에 주민등록한 공식 인구는 5만여 명이다. 하지만 서울시 상수도본부가 집계한 수돗물 사용량이나 한전의 전기 사용량을 보면 실제 거주 인구는 그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인구수를 알아야 맞춤형 행정이 가능하고, 기업들의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한발 앞서 서울시가 공개한 행정 정보를 보면 매우 유용한 게 많다. 예를 들어 지하철 역 몇 번 출구를 통해 무료 승차한 승객이 많은지를 따져 노인용품 가게의 적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정부로선 하찮은 통계일지 몰라도 개인과 기업의 입장에선 실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소중한 정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방·공유·소통·협력’을 골자로 한 ‘정부3.0’을 선포하며 1억 건의 공공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공개된 31만 건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박 대통령은 “공공 정보를 개방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이런 흐름을 잘 살려 가면 행정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시장조사 기업인 가트너는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정의했다. 누가 정보를 잘 처리·분석·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 정보들은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꽉 쥐고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미국·일본 등은 특정 사안에 대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강제하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가 꽃피우려면 질 좋은 정보가 많이 생산되고, 막힘 없이 흘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정부3.0’도 무늬만 정보 공개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핵심 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과감하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정보화 사회로 도약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자칫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부작용으로 정보화 사회로 가는 도도한 흐름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