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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부츠? NO~ 레인슈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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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녀공용으로 신을 수 있는 와즈의 고무 로퍼, 비비안 웨스트우드 앵그로매니아·멜리사의 하이힐 젤리슈즈, 락피시의 레이스업 고무부츠.

몇 해 전부터 여름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거리를 장악해온 신발이 있었으니 바로 고무 레인부츠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레인부츠 덕에 폭우가 쏟아져도 여성들은 아무 걱정 없었다. 하지만 레인부츠가 여름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레인부츠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비 올 때 잠깐 신기는 좋지만 하루 종일 신으면 통풍이 안 돼 답답하기 때문이다.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식당이나남의 집이라도 가게 되면 더 난감하다. 들어오기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벗겨지지 않는 부츠와 실랑이하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레인부츠보다 레인슈즈가 더 눈에 띈다. 비올 때 신을 수 있는 레인슈즈를 정리했다.

몇 해 전부터 여름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거리를 장악해온 신발이 있었으니 바로 고무 레인부츠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레인부츠 덕에 폭우가 쏟아져도 여성들은 아무 걱정 없었다. 하지만 레인부츠가 여름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레인부츠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비 올 때 잠깐 신기는 좋지만 하루 종일 신으면 통풍이 안 돼 답답하기 때문이다.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식당이나 남의 집이라도 가게 되면 더 난감하다. 들어오기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벗겨지지 않는 부츠와 실랑이하느라 진땀을 뺄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레인부츠보다 레인슈즈가 더 눈에 띈다. 비올 때 신을 수 있는 레인슈즈를 정리했다.

직장인 김은영(30·서초구 방배동)씨는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신발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무릎까지 올라오는 레인부츠를 즐겨 신었지만 올해는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레인부츠가 실용적인 데다 나름대로 멋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신다보니 밤에 발 냄새가 진동했다. 심지어 무좀에 걸리기까지 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밖에 나서자마자 금세 젖어버릴 신발과 축축해진 양말을 신고 장마철을 견뎌낼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구두 매니어 최진철(36·송파구 잠실동)씨도 장마철이 반갑지 않다. 그는 “구두가 비에 젖는 걸 정말 피하고 싶지만 여자들처럼 레인부츠를 신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레인부츠는 지난해까지는 발 젖는 걸 막아주는 실용성에다 패션용 아이템으로도 사랑 받았다. 하지만 레인부츠의 실용성보다 발에 땀 차고 신고 벗기 어려운 불편함이 더 크다고 느끼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레인슈즈다. 레인부츠는 비를 아예 막아주지만 레인슈즈는 젖어도 상관없는 재질로 만든다는 게 다른 점이다. 올 들어 레인슈즈로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단화 젤리슈즈는 물론 하이힐과 남성용 고무 로퍼까지 등장했다.

 
2013년판 젤리슈즈는 2005~2006년 한창 유행했던 고무신 모양의 시장표 젤리슈즈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가죽 구두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기존의 단화 젤리슈즈 외에 하이힐과 로퍼·샌들 등 다양한 형태도 나왔다.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도 레인슈즈를 대거 내놓았다. 원래 PVC소재로 신발을 만들기도 했던 토리버치는 물론 마크 제이콥스, 비비안 웨스트우드, 모스키노 등에서 모두 레인슈즈를 선보였다. 이중 트렌드세터들 사이에 가장 관심을 모으는 브랜드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다. 굽 낮은 플랫슈즈와 함께 10㎝ 굽의 하이힐 레인슈즈를 내놨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비를 피할 것이냐(부츠), 아니면 작은 키를 커버할 것이냐(하이힐)를 고민했던 키 작은 여성들이 특히 큰 관심을 보인다.

 가죽 구두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도 레인슈즈를 내놨다. 올해 봄여름 컬렉션으로 3가지 종류의 레인슈즈를 내놨는데 벌써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란다. 이영민 페라가모 홍보팀 과장은 “2년 전부터 레인슈즈를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벌써 재고가 없을 정도”라며 “캐주얼 차림에만 신을 수 있었던 고무 레인부츠와 달리 레인슈즈는 정장에도 잘 어울려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인기 요인이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구두는 싼 신발도 50만원대를 훌쩍 넘지만 레인슈즈 가격은 10만~30만원대다. 고무 레인부츠에 비해도 저렴한 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소재를 생각하면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기존 고무 레인부츠가 워낙 비쌌기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 레인슈즈가 비싸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인부츠는 주로 여성용이었지만 올해 유행하는 레인슈즈는 남성용도 있다. 바로 고무 로퍼다. 로퍼는 끈으로 묶지 않고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굽 낮은 단화를 말한다. 보통 잘 손질한 가죽으로 만들지만 올여름엔 장마철을 겨냥한 고무 로퍼가 등장했다. 러버 플랫으로도 불리는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파치오티부터 원래 고무 신발로 유명한 크록스, 와즈, 스윔스 등이 모두 남성용 고무 로퍼 제품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고무 로퍼 브랜드 와즈를 유통하는 심현석 앤드류 앤 레슬리 기획팀장은 “고무 로퍼는 해외에서도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구두박람회 미캄(MICAM)에서 관람객이 고무 로퍼에 큰 호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구두로 비가 오든 오지 않든 무리 없이 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즈는 올해 급성장 중이다. 2011년 말 처음 국내에 들어왔는데, 올 5월부터 하루 300여 개씩 팔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할 때 10배 수준이다. 제품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수가 직영매장 7개와 몇몇 편집매장에 불과하고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거둔 결과다. 남성용과 여성용 판매 비율은 4 대 6정도다.

 로퍼는 무게가 가볍고 미끄럽지 않다는 게 장점이지만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역시 디자인이다. 그동안은 남성이 비올 때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곤 슬리퍼나 아쿠아 샌들이 전부였기 때문에 출근할 때 신을 만한 신발이 없었다. 고무 로퍼는 젖어도 쉽게 물기를 제거할 수 있어 항상 보송보송한 상태로 신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고무 로퍼를 신을 땐 양말은 신지 않아야 한다.

 한편 아쿠아 슈즈도 재발견되고 있다. 그동안 아웃도어용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올해는 일상 생활에 신어도 무리 없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이 많다. 초경량에 튀어난 투습성은 기본이다.

 르꼬끄, 아디다스, 페슈라 등 많은 스포츠 브랜드가 대거 내놨다. 가로수길 편집매장 어라운드 어 코너에서 파는 페슈라 머미는 고무 밑창에 발등을 일레스틱 밴드로 바꿔 끼울 수 있어 여러 가지 색의 밴드만 가지고 있으면 신발을 여러 켤레 가지고 있는 효과를 낸다. 또 컨버스는 클래식한 운동화 디자인에 소재를 메쉬로 바꿔 내놔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시원하게 신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다양한 레인슈즈가 인기지만 레인부츠를 찾는 사람도 여전히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레인부츠 붐을 처음 몰고 온 건 영국의 레인부츠 브랜드 헌터다. 2005년 모델 케이트 모스가 한 록 페스티발에서 이 부츠를 신은 모습이 포착된 후 여름철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헌터의 기본 스타일은 웰링턴 부츠라고 불리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다.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을 꺾고 승리한 영국 장군 웰링턴 이름을 땄다. 당시 웰링턴 장군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승마용 고무장화를 신고 전장을 누벼 유럽 전체에 이 스타일이 퍼졌다고 한다.

 국내에는 2007~2008년 온라인 해외 직구(직접 구매) 사이트나 편집숍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홍보회사 비주크리에이티브의 김민정(패션 담당) 실장은 “장마 시즌에 열리는 록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장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웰링턴 부츠보다 레인부츠의 장점은 살리고 착용의 편리함이나 디자인을 부각한 제품이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길이가 발목까지만 오는 짧은 레인부츠나 군화처럼 앞쪽에 끈이 있는 레이스업 부츠다. ABC마트 정영빈 매니저는 “지난해부터 부츠 목이 짧은 레이스업 부츠가 레인부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며 “패션에 관심 많은 트렌드 리더가 레이스업 부츠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호가 바뀌면서 헌터뿐 아니라 최근에는 프랑스 브랜드 에이글이나 스웨덴 브랜드 트레통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에이글은 부츠를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접이식 러버부츠를 선보여 여행을 앞둔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글=윤경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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