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지금이 투자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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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곽태선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는 “최근 영국 런던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회의에서 미국이 조기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진 베어링자산운용]

미국이 돈풀기(양적완화·QE3)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걱정으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요즘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타격이 컸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신흥국 주식 시장에서 발을 뺀 때문이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한때 1900 아래로 떨어졌고, 브릭스(BRICs) 각국 지수는 5월 하순의 고점 대비 5~13% 하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짜고 있을까. 마침 베어링자산운용이 최근 영국 런던 본사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했다. 여기에 참석했던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곽태선(55)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 미국과 일본, 장기적으론 역시 신흥국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단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방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경기가 막 살아나는 단계인데, 여기서 출구전략을 구사해 회복의 싹을 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베어링의 예상이 맞아떨어져 미국이 지금처럼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계속 돈을 풀면, 최근의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는 제동이 걸린다. 곽 대표는 “현재 미국 국채 금리보다는 주식 수익률이 좋은 상황”이라며 “이런 점에서 볼 때 당분간은 미국 주식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또한 경기 부양책을 이어갈 것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흥시장은 “주식·채권 값에 통화가치마저 떨어진 지금이 오히려 들어갈 기회”라고 베어링자산운용은 진단했다. 곽 대표는 “앞으로 신흥국에서는 자산 가격과 통화가치가 올라 양쪽에서 다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주가지수가 뒷걸음질친 중국에 대해서는 “현재 주가는 연 7% 성장조차 못할 것처럼 형성돼 있다”며 “올해 7%대 중반 성장을 할 터이므로 주식 시장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은 지금이 신흥시장에 진입할 기회라는 판단에 맞춰 곧 신흥국 우량 회사채와 통화에 동시 투자하는 ‘베어링 이머징마켓 회사채 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브라질 등의 초우량 기업 달러 표시 회사채를 담는 펀드다. 이에 더해 신흥 23개국 통화가치로 이뤄진 ‘이머징 마켓 통화 지수’에 투자한다. 이르면 이달 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곽 대표는 “신흥시장 중에서도 특히 프런티어 마켓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런티어 마켓이란 신흥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곳을 일컫는다. 동남아시아의 베트남을 비롯해 중동과 아프리카 각국 등이 프런티어 마켓에 속한다. 곽 대표는 “프런티어 마켓 중에서도 좋은 데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라고 소개했다. 원유·천연가스 같은 자원과 인구 1억7000만 명이 만들어내는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경제가 탄탄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기구들은 올해 나이지리아 경제가 6.5~7%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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