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명의 작금 한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양문화를 집대성한 옥보로서 지금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대영백과 사전이 금년들어 창간200주년을 맞았다. 1768년 겨울, 「스코틀랜드」「에딘버러」에서 「앤드루·벨」「콜린·맥파쿼」「월리엄·스멜리」등 세 기인에 의해 방대한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2백년은 거의 초음속의 속도로 현대문명이 전진한 시기였다. 최근 본사는 대영백과사전의 초판진본을 구입하여 이 책의 내용면에 나타난 서양문명의 발달상황을 살펴본다. 초판은 전3권으로 되어 있는데 24권으로 불어났다.
지명=한국은 C로 시작된 「코리아」로 포기되어 있으며 『북위 36도와 42도 사이에 위치한 중국동북 해안의 섬 아니면 반도』라고만 적혀있다. 집필자는 아마 2백년이 채 못 가서 자기의 후손이 이곳에서 전쟁에 목숨을 잃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또한 「니폰」이라고 표기된 일본은 중국동쪽의 인도양에 있는 섬이라고 소개되어 있고 미국조차도 『금이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의 4분1』로 되어 있다.
의학=현대의학이 아직 발달되지 않아 한약방 노인의 처방 같은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다. 일례를 들면 『홍역에 걸린 아이에게는 토주석 반쪽을 먹이고 기침에는 편도기름이 특효』라는 것이다.
의학의 정의도 재미있다. 왈『건강할 때는 건강을 지키고 건강을 잃을 때는 회복시키는 기술』 특히 「산파술」란에는 해산의 정상적 경우가 비정상적 경우 및 그 처리방법을 지극히 사실적인 삽화(전3면)를 그려 넣었기 때문에 외설에 걸려 수난을 당했다. 「조지」3세는 이 책을 산 시민들에게 산파술 부분을 떼어버릴 것을 칙령으로 지시했다.
기계=아직 「엔진」이 발명되지 않아(주=1769년 발명)『엔진은 지렛대와 활차와 나사 등을 이용하여 만든 복잡한 기계』이며 『기차(Train)는 지표를 폭발하기 위해 한줄로 쏟아놓은 폭발』이다(주=1807년 발명).
철학 『이성과 경험을 토대로 얻은 자연과 도덕에 관한 지식』으로 정의된 철학의 경우 아직 후세에서와 같은 면밀한 분화가 이루어지진 않아 그 말미에는 『광학, 기계학, 천문학, 논리학, 윤리학 참조』라고 덧붙여 놓았다.
아직 인류학이나 심리학 같은건 찾아 볼 수 없다.
섹스=성 행태, 동성애 등으로 최근 판에는 20페이지나 차지하고 있는 이 제목은 『인체의 남성, 여성을 구별하는 어떤 것』으로 극히 조심스럽고 모호하게 다루어져 있다.
최근 서구작가 회의에서 『서구문학은 사창굴의 천장에 걸어 놓은 거울과 같다』는 말이 논의된 것과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다. 이에 비해 『덕망 있고 행복하게 사는 법』으로 정의된 도덕적 철학이 38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 부분은 『약한 인간을 정도로 이끄는 이 철학이야말로 얼마나 영광스러운가!』라는 감탄으로 끝맺고 있다.
식물의 성=식물도 모두 성적으로 구별되어 있으며 희열과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을 반대주장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장두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