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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례준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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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결혼식은 남녀의 결합을 약속하는 의식이다. 2인이 부부로 맺어지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장소를 마련해주는 하나의 수속절차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개인주의가 어색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신문광고난에 결혼을 공시하는 것이 관례처럼되어있다.
「런던·타임즈」지는 얼마전까지만해도(사장 톰슨경 이전) 1면광고의 태반을 결혼과 출산을「공고」하는 광고로 채웠다. 광고료는 미화로 5「달러」내지 10「달러」. 결혼식장에 손님을 초대하는 청첩장값에 해당하는 비용으로『결혼을 하게되었다』는 통지상을 내는것이다.「런던·타임즈」의 뒤쪽에는 지금도 그런 광고들이 수북하게 실려있다. 보는이도 그렇고, 또 그광고를 내는편도 그렇고, 모두 부담이없다.
미국의 지방신문들을 보면 더욱 재미있는「결혼통지상」(?)이있다. 신랑·신부의 활짝웃는 사진과 함께 신랑의 경력·취미, 때로는『나는「수잔」을 마음깊이 사랑합니다』라는 감미로운 영탄(영탄)을「공고」하고있는 것이다. 그것은 달리생각하면 사교적인 절차같지만, 또한 조그만 지역사회에서는 흐뭇한 화제도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학벌과「명문」벌(?)이 득세하는 사회에서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결혼이전」의 국가들이 아직도 이지상엔 여러군데 남아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예멘」, 또는 일부의 중근동과「아프리카」제국이 그런나라들이다. 특히 회교국은 성전「코란」의 이름으로 일부다처도 가능하다. 여성은 미모만 반듯하면 남성들이 그앞에서 혈투를벌이는 장면까지도 목격하게된다. 정력적이고 부유한 남자편이 유리한 것은 당연한일이다.
사실상 약탈혼·뇌매혼이 묵인되고 있는 셈이며, 좋은 조건의 남성은 역시 좋은(?) 여자를얼마든지 거느릴수 있는 것이다.「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상류 신부1인은 5백「달러」정도.
정부의 이른바「가정의례준칙」이란, 이런 사회의 의례들이 타락해가고 있는것에대한 일종의 경종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흐뭇한 인지상정의 의식들이 오히려「허영의 시장」처럼되어 가고, 때로는 이권화되는 것은 미풍양속에도 거역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것의 개선이「법」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사회 구성원의 공동약속에 있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세상엔 법이 두렵지 않은 특별시민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의식의 타락은 바로 그들이 저지른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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