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경기 활성화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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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국내 건설경기 활성화 해답을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10주년 국제세미나에서 건설경제ㆍ건설관리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일본 교토대 후루사카 슈조 교수(위)와 국제시장정보전문기업인 영국 BMI 마리나 페트로레카 본부장(아래)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건설업계 뿐 아니라 경기 전체를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는데 건설업계의 역할이 큰가.

(슈조 교수, 이하 슈) “일본은 2010년 동일본 지진 후 지역별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각 지역의 인프라를 복구하기 위해 지방 건설업체들이 동원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윗층(대형업체)이 아니라 바닥(지방 중소업체)부터 조금씩 온기가 돌면서 전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페트로레카 본부장, 이하 페) “영국의 경우 올해 예산을 책정할 때 다른 분야는 모두 전년보다 예산을 줄였지만 인프라 투자 부문만 예산을 늘였다. 특히 민관합동 PF(project financing)를 적극 추진해 일자리 창출, 나아가 경기 활성화를 이루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대형PF로 인한 여파가 크다. 대부분 사업이 좌초됐는데 정부가 PF를 지원해야 한다는 건가.

(페) “영국이나 미국ㆍ프랑스의 경우 신규 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노후된 시설을 업그레이드는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부터 정부가 건설부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건설시장이 크다. 도로나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적극 지원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 토대를 만든다.”

유럽에선 SOC 투자로 경기 활성화

-신규 사업이 아니라 유지ㆍ보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페) “그렇다. 영국의 경우 현재 정부가 히드로 공항을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단지 수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도 키워 국제적인 공항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키운다는 포부다.”

(슈) “일본은 기존 인프라에 대한 유지ㆍ보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미 없이 도로를 새로 까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도로의 누수 등을 수리하고 확장하는 식이다. 일본은 그간 건설투자를 억제해왔다. 최근 너무 억제해왔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터널 천정이 낙하하거나 도로에 물이 차는 일이 발생하면서 서둘러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뭘 새로 지을까,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설을 유지ㆍ보수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주택시장은 어떤가. 역시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나.

(슈) “5년전 한국에 왔을 때 1년에 100만가구씩 짓고 있었다. 전체 건설업계의 구조상 주택 비중이 높아서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주택시장도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이 맞다.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이다.

일본은 이미 15~20년전부터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현재는 신축 주택도 향후 리모델링을 감안하고 짓는다. 한국도 정확한 유지ㆍ보수 대상을 파악하고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건설업계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면.

(페) “한국 건설시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이다. 이미 어느 수준까지 발달했다는 의미다. 때문에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볼 수 있고 양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질적인 성장을 꾀해야 할 때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 건설업계의 성장 발판은 해외 시장에 있다.”

(슈) “맞다. 내수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중심축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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