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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마지막로또" … 오랜만에 떴다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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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6일 성남시 판교 알파리움 주상복합아파트 홍보관. 분양권에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려는 이른바 ‘떴다방’ 업체 10여 곳이 파라솔을 설치하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알파리움 주상복합아파트 홍보관. 바닷가에서나 볼 법한 빨간색 파라솔 10여 개가 정문 앞 길목에 줄지어 자리를 잡았다. 파라솔 테이블마다 부동산 이름이 적힌 전단지가 수백 장씩 쌓여 있었다. 부동산업자로 보이는 남성이 홍보관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먼저 “(분양권) 당첨자냐”고 접근했다. 기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업자들은 “(분양권에 대한)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있으니 팔라”고 권했다. 또 다른 업자는 “좋은 물건이 있으니 투자해보라”며 파라솔 밑으로 끌고 갔다. 서판교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강모씨는 “13일 당첨자가 발표된 알파리움 분양권이 수도권의 마지막 로또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프리미엄(웃돈)이 4000만원까지 붙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떴다방’이 등장했다. 알파리움은 신분당선 판교역 일대(13만7497㎡)에 개발 중인 지상 20층짜리 주상복합공간인 알파돔시티의 주거시설이다. 총 931가구 중 82%가 전용면적 110㎡ 이상의 대형이다.

 알파리움은 지난 4일과 5일 분양신청 접수 결과 전체 평균 청약경쟁률 26대 1을 기록했다. 모집 평형별 최고 경쟁률은 399대 1까지 치솟았다. 알파돔시티자산관리㈜ 이재열 단장은 “판교신도시의 마지막 분양 물량인 데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1897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봇들마을 중대형 아파트는 3.3㎡당 25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근래 보기 드문 청약 열기가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떴다방’ 출현으로 이어졌다. 거래 상담은 주로 청약가점제 당첨자의 분양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당첨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 공세를 펼치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부동산 과열기에나 볼 수 있는 이른바 ‘도매물건’이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도매물건은 부동산업자들이 지인이나 친척 명의로 갖고 있는 분양권으로 청약 신청 접수 전부터 웃돈을 받고 팔 목적으로 신청된 것이다. 동판교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모씨는 “성남에 사는 친척 명의로 당첨된 청약통장이 있다”며 “이런 물건은 나중에 양수·양도자 간 분쟁 소지도 적고 프리미엄 가격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리움 2단지 129㎡형의 분양권을 프리미엄 2500만원까지 낮춰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파리움 분양권은 권리 소유 이후 1년간 전매가 금지돼 있다. 매수자가 지금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산다 해도 이면계약일 뿐이다. ‘떴다방’ 업자들이 법무사 공증을 통해 ‘거래 확약서’를 써준다고 하지만 매수자가 법적으로 완벽하게 재산권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가령 분양권을 팔아넘긴 시점보다 프리미엄 시세가 더 올라갈 경우 매도인이 추가 대가를 요구하거나 양도세 부담을 매수인에게 떠안기면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알파리움의 경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1년) 전에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때 매수자가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윤호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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