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안네 소피 무터 내한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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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50·사진)가 2년 만에 방한했다.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무터 비르투오지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무터 비르투오지는 97년 설립된 안네 소피 무터 재단 산하의 젊은 연주자들로 이뤄진 악단이다.

 첫 곡은 미국 작곡가 세바스찬 커리어의 벨소리 변주곡. 동시대 음악에 관심이 큰 무터의 취향이 반영된 선곡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무터에게 헌정한 커리어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완전히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발표한 이 곡은 극단적으로 단순한 멜로디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의 이중주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어 무터 비르투오지가 함께 멘델스존의 8중주를 연주했다. 멘델스존이 열여섯 살 때 작곡한 이 곡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노련함과 함께 신선함을 겸비한 곡이다. 그런 곡이니 젊은 음악도들로 꾸려진 악단을 위한 맞춤옷과도 같은 선곡이었다.

 그러나 후학들을 위한 무터의 배려는 거기까지인 듯 했다. 제1바이올린이 활달하게 독주를 펼치는 곡이긴 하지만 무터는 그 범주를 넘어섰다. 멘델스존 특유의 사랑스럽고 변덕스런 스케르초(템포가 빠른 3박자) 악장을 거쳐 곡이 끝날 때까지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무터의 바이올린뿐이었다. 곡의 장르는 실내악이 아닌 소편성 챔버 오케스트라에 의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변해 있었다.

 인터미션 후에 연주된 비발디의 사계 역시 마찬가지. 트론트하임 솔로이스트와 함께 했던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터는 악단과 발걸음을 같이 하기보단 거침없이 내달렸다. 프로 연주자들도 따라 가기 버거워하는 무터의 독보적인 연주를 이제 갓 무대를 경험하기 시작한 음악도들이 따라가기에는 무리였다고 하는 편이 공정할지도 모른다.

 무터의 솔로만을 놓고 보면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소리결과 자유자재의 완급조절 그리고 함께 무대에 오른 아홉 명의 주자들을 압도하는 음량 등 바이올린 여제의 건재를 과시하는 초일류급의 연주였다.

 무터는 10대 무렵 지휘자 카라얀에 의해 발탁됐다. 그의 35년 연주경력을 말해주듯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올드 팬들이 많았다. 마지막 앙코르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율의 아련함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무터의 바이올린 소리만이 존재하는 듯한 그 몇 분간이 이날 콘서트의 정체성을 웅변했다.

최윤구 (음악평론가·국민대 강사)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최윤구 음악평론가) 제자들은 결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못했다.

★★★(강기헌 기자) 흠잡을 곳 하나 없어 보이는 무터. 역설적이게도 그 완벽함이 앙상블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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