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얼굴을 다쳤을 땐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7호 18면

얼마 전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4세 여자 아이가 얼굴을 붕대로 감싼 채 응급실에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식사를 중단하고 허겁지겁 응급실로 달려가 보니 아이의 옷은 피범벅이었고, 엄마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놀다 날카로운 책상 모서리에 오른쪽 얼굴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상처를 살펴보니 우측 아래 눈꺼풀부터 입술 가장자리까지 6~7㎝ 정도가 찢어졌고,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선데이 클리닉

 영·유아 외상의 70~80%는 얼굴 외상이다. 대부분 부모나 어른들이 한눈을 팔 때 다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 아이의 외상이 많다. 주목할 점은 5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은 실외보다 실내에서 더 많이 다친다는 점이다. 집 안의 가구나 주방용품, 날카로운 장난감 등에 주로 다친다.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실내 구조물, 미끄러운 욕실도 위험요인이다. 얼굴 중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가 이마와 눈가이고, 그 다음이 턱·볼 순이다.

 어른의 경우는 주로 우발적인 사고와 상해 때문에 얼굴을 다친다. 아이들과는 다르게 얼굴 아래쪽 뼈가 골절되는 경우가 많다. 야구를 하다 공에 얼굴을 맞아 코나 안구 주위 뼈가 골절되거나 부부싸움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둔탁한 물체에 얼굴을 맞아 뼈가 골절된 채 병원으로 온다. 또 스크린 골프장에서 골프채에 맞아 생긴 골절, 산업현장에서 부주의로 생긴 골절 등 다양하다.

 보통 얼굴 부위는 1~2㎝ 정도 찢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3㎝ 이상 큰 상처는 향후 흉터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수술을 잘해야 하고, 사후관리 또한 중요하다.

 먼저 상처가 났을 때 응급처치법을 알아야 한다. 우선 깨끗한 물이나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간단히 세척한 후 지혈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소독한다고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거나 아무 약이나 바르면 안 된다는 것. 특히 눈 주변은 조심해야 한다. 일반 연고류는 혈관 수축을 촉진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해 상처 치유를 더디게 한다. 또 상처 부위에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간혹 약국 등에서 구입한 지혈제를 상처 부위에 바르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감염이 더 쉽게 돼 흉터가 잘 생긴다.

 흐르는 물이나 물티슈 정도로 닦아준 뒤 밴드나 거즈로 상처를 잘 감싼 후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좋다.

  병원에서는 상처를 꿰매고 1주일 후 실을 제거하고, 6주 정도 흉터 관리를 하게 된다. 얼굴은 다른 부위보다 미세하게 꿰매야 한다. 특히 지방층과 근육층을 잘 봉합하고 너덜너덜한 피부를 잘 맞춰 꿰매야 한다. 또 피부 주름에 맞춰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흉터 관리는 실리콘 연고와 실리콘 시트를 사용하는데, 연고는 흉터 부위가 딱딱해지지 않도록 한다. 시트는 자외선을 차단해 흉터가 튀어 오르지 않게 한다. 또 레이저 치료로 두드러진 흉터를 평평하게 하는 치료도 한다.

 얼굴 흉터는 평생 마음의 상처가 된다.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응급처치법을 꼭 숙지해 상처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상현(42) 일반외과와 성형외과를 복수로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한 외상 전문의다. 손·얼굴 외상 분야 5000건 이상 응급수술 경험이 있다. 얼굴 외상과 재건 성형 전문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