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당수의 「리더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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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유총재는『의정서에 서명한 신민당측 책임자로서 인책,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장입법은 타결선에 가까워졌으나, 6·8선거부정 특조위법은 의정서대로 입법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으며 나로서는 의정서를 우회 위배한 명분상의 타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 설명하고, 그러나 『인책은 나에게서 그쳐야하며 소속의원들은 국회에 남아 대여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1야당의 당수가 국회의원직사퇴결의를 표명했다는 것은 우리 정계에 적지 않은「쇼크」를 주는 사건이다. 원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가 너무 적은 탓으로 항상 원외강경세력의 압력을 받아오던 신민당의 당수가 바로 원외세력의 불신과 불만의 촛점이 되어있는 의정서 처리문제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내놓겠다는 심정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유총재의 의원직 사퇴는 유씨 일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공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공인의 정치적 거취에 속하는 문제이고, 또 그가 사퇴를 관철한다면 신민당의 내외에 걸쳐 큰 정치적 파문이 일어날것으로 보이므로, 우리는 유씨가 보다 더 신중한 고려를 하여 가지고 자신의 진퇴, 신민당의 영도, 그리고 대여투쟁문제 등을 처리해 주기를 희구하는 것이다.
합의의정서 처리의 경위로 보아 오늘의 여야8인위가 「특조위법」문제를 유야무야로 다루게되리라는 것은 솔직이 시인한다 하더라도, 어째서 그것에 대한 책임을 유씨만이 져야하는가, 우리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의정서에 대한 승인서명은 유씨가 신민당 전체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행한 것이다. 또 이 의정서에 따라 신민당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등원하게 된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의정서 처리실패의 인책으로 의원직을 내놓는다고 하는 경우, 신민당 소속의원 전원이 내놓는 것이 타당한 것이지 결코 유씨만이 내놓는다고 해서 책임이 해제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논리를 관철하여 신민당 의원 전원이 사퇴한다는 것은, 신민당이 완전한 원외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이요, 또 간신히 성립된 양당국회를 또다시 일당국회로 역행시키는 처사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치현실이 용납지 않는다. 유씨만의 사임으로 책임이 해제되는 것이 아니고, 신민당소속의원 전원의 사의가 현실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면 유씨 역시 계속 의원직을 차지하면서 대여투쟁에 있어서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이 옳다는 설이 성립되기 마련이다.
유씨의 사퇴 결심표명이 8인위에서 공화당측의 양보를 촉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진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유씨의 사퇴여부는 그의 의원직사퇴가 과연 그 자신이 기대했던 정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의 여부를 가지고 저울질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보기에는 유씨의 사퇴는 공화당측의 양보를 촉구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정반대로 동당의 태도를 경화시켜 보장입법에 관한 의견접근마저 수포화시킬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의정서 문제와 새해 예산안 심의통과를 분리해서 처리키로 하고, 또 새해 예산안이 법정 기일내에 무난히 통과된 이 시점에 있어서 신민당 당수의 의원직 사퇴는 여야간의 협조「무드」를 송두리째 깨칠 우려마저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에누리없이 직시하여 유총재는 사퇴의사를 자진포기 토록함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신민당의 원외세력은 이 이상 더 압력을 가해가지고 당수의 「리더쉽」에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또 공화당은 강자의 아량을 베풀어 야당총재의 고층을 이해하고 최대한의 정치적 양보를 함으로써 이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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