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지정 예매제 도입 … "줄 서 기다리는 불편 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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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이용객이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고속도로내 입석 승차로 논란을 빚었던 천안~동서울을 포함한 총 5구간에 좌석 지정 예매제가 도입됐다. [조영회 기자]

# 동서울 터미널 인근에 거주하며 천안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최진우(26)씨. 최 씨는 최근 통학이 편해지고 더 빨라졌다. 4월부터 천안시외버스 터미널(천안 신부동)이 ‘선착순 탑승제’에서 ‘좌석 지정 예매제’로 시스템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선착순 탑승인 탓에 천안~동서울 간 버스표를 끊어 놓고도 10분 가량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불편 없어졌다. 인터넷과 현장 발권기를 통해 좌석을 바로 지정해 예매할 수 있다. 최씨는 “예전에는 승차장에 줄이 길어 큰 불편을 겪어왔다”며 “이젠 좌석을 예매하고 터미널 내 대기실에서 맘 편히 기다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직장이 천안에 있어 주말마다 천안~동서울 간 시외버스를 이용해 왔던 조성민(31·가명)씨 역시 지정 좌석제 시행에 큰 호응을 보였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이용객이 훨씬 더 몰리는 탓에 최소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던 조씨. 그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미리 좌석을 예매해 두고 버스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향한다. 조씨는 “승차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는 탑승이 더 늦어질 까봐 화장실도 못 가고 전전긍긍했다”며 “이젠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탈 수 있어 집에 가는 시간까지 많이 단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착순 탑승제로 인해 이용객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이 5개 구간의 예매시스템을 개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 천안아산&에서 두 차례 지적을 받았음에도(본지 2012년 4월 27일자 2면, 2013년 3월 22일자 2면) 개선되지 않고 제자리 걸음만 하던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이 올해 4월 1일부터 시간대별로 이용객들이 지정 좌석을 미리 예매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

지정 좌석 예매는 인터넷 홈페이지(www.cheonanterminal.co.kr)에서 사전 예약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도 발권기와 창구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시스템 개선은 대중교통 활성화와 이용객 서비스 제고를 위해 정부(국토해양부)와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천안시외버스 터미널 포함)에서 공동으로 추진했다. 시외버스 통합전산망 구축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그동안 천안시외버스 터미널 이외에 다른 터미널도 지정 좌석제를 일부 구간에 적용하지 않아 애를 먹었었다”며 “사이트 개설 뒤 한 달여 만에 접속자가 일 평균 3000여 명이 넘어서는 등 활성화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 전인 지난해 동서울행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이 이번 통합사이트 서비스 지원으로 선착순 탑승에서 지정 좌석제로 바뀐 구간은 총 5곳. 동서울·부천·마산·창원·구미 등이다. 이중 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는 그동안 이용객들이 몰려 극심한 혼란을 겪어왔다. 특히 주말에는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어 마치 명절 때 귀성행렬을 보는 듯했다. 기본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잠깐 자리를 이탈하면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서야 하는 탓에 이용객들로부터 불편을 초래했다.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이태원(32)씨는 “평일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주말만 되면 동서울행 버스를 타기 두려울 정도였다”며 “이젠 현장에서 매진된 시간대를 피해 발권을 하기 때문에 편해졌다”고 말했다.

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에 이용객이 몰리는 이유는 천안지역에 대학교가 7곳(2년제 포함)이 있고 대학생 중 다수가 서울에 거주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의 최초 출발지가 아산 시외버스터미널이라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산에도 3곳의 대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삼성 등 대규모 기업이 천안·아산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에 승객이 몰리는 이유다. 시외버스가 도착지인 동서울 터미널에 가기 전 송파~가락시장~잠실 등을 경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노선의 평일 평균 이용객은 1300여 명.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일 평균 이용객이 2000여 명으로 는다.

상황이 이렇자 천안~동서울을 운행을 담당하는 운수업체에서는 입석을 무분별하게 허용해 문제가 돼 왔다. 선착순 승차임을 이용해 급한 승객들을 추가로 태운다는 명목으로 입석을 허용한 것. 제한속도가 110㎞인 경부고속도로에서 입석을 허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었다. 하지만 이젠 지정 좌석제를 시행함으로써 입석 문제도 해결하게 됐다. 천안 시외버스 터미널 관계자는 “그동안 선착순 탑승제 때문에 입석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정좌석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수 년간 노력해왔다”며 “추후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의 전 노선에 지정 좌석제를 확대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역시 “현재 전국 시외버스 터미널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모든 구간에 선착순 탑승제가 아닌 지정좌석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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