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급식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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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나, 빵!」국민학교 4학년짜리 동생이 대문을 들어서며 큰소리로 불렀다.
손에는 큼직한 빵한개를 쥐고있었다. 학교에서 1주일에 두번씩주는 급식빵이란다. 지난주에 가정실습을 했기대문에 그동안 모인것과 합해서 오늘은 4개를받았는데 학교에서먹다 맛이없어 한개는 남겨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게 맛을좀 보란다.
○…보기에는 노르스름하고 곱게구워진 빵을 쪼개보니 속엔 익지도않은 밀가루가 5분의1쯤 들어있다. 맛이란 통 싱검덤덤한게 단맛도 간맛도 없으며 딱딱하기가 나무껍질이다. 이런 급식빵을 받아먹는 아동들의 배탈에 염려가 안갈수 없다. 마을 구멍가게서 다섯개 일원짜리 건빵보다 더세고 맛이없어 아무리 그속에 많은 영양이 들었대도 우선 날밀가루는 없어야겠고 맛은 간이라도 맞아야하지않겠는가.
○…분식 장려니 식생활 개선을 부르짖는 오늘에있어 어린입맛에 이런 빵을주어 일찍 부터 실망을 주는것도 생각할 문제같다.
아무리 조잡한 물건을만들어 소비자들을 농락하는 상흔이 범람하는 시기라지만 국민학교 아동들의 급식빵에서 까지 이런 솜씨를 보일 것 까지는 없지않을까. 기대했던 빵을 받아먹으려다 날밀가루가 나왔을때 아이들의 실망을 생각하면 가슴아프기 전에 울화통이 터질지경이다. <윤석순·겅북 월성군 외동면 녹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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