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친 신민당|「의정서협상」 새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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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진오 신민당총재는 18일 여야합의의정서 처리를 위해 새로운 여야 6인 대표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하는 공한을 박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와 함께 오는 11윌29일까지 의정서 처리에 관한 성의 있는 보장이 없으면 앞으로의 국회정당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방침도 따로 밝혔다.
공한에 대한 박대통령의 첫 반응은『국회에 두 특위가 있지 않으냐』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좀 냉담했던 것 같다.
고의윈이『특위는 l년 걸러서도 못했는데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고 말하자, 대통령은『달리 협상한다해서 특위가 못하는 걸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는것.
그러나 의정서가 사문화 하면 신민당소속 의원은 딛고설 땅이 없다는 것, 또 돈을 뿌려야하고 돈을 받아야 표를 찍는 선거가 계속된다면 국회의원의 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될 것이라는 것, 이런 것을 개선키 위해 의정서는 처리되어야하고 안되는 것을 되게 하기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의윈이 역설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공화당 의원 일부가 행정부에 청탁을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국회에서 떠든다는 것도 듣고 있다면서 선거제도개선등 문제에는 깊은 관심을 표시하고 『당에 관한 일이니 당 간부들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대통령이 공화·신민 양당의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사실에 고의원은 무척 놀랐다. 유총재 공한을 이후락 비서실장에게 주었다가 무역확대간부회의 도중 김학열 수석비서관을 시켜 다시 가져오게 한 것으로 보아 박대통령은 유총재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의원은 기대하고있다.
신민당의 공한 전달을 사전에 몰랐던 공화당은 약간 언짢은 표정이었고 일부는 원외압력을 받고 있는 신민당 간부진의 22일의 중앙상위에 대비한 정치포석이라고 가볍게 넘겨짚기도 했다.
물론 이 제안을 공화당이 선뜻 받아들일 것 같은 징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한마디로 거절하거나 묵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신민당의 협상제안등 적극적인 행동은 배수진을 친 최후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유총재가 박대통령에게 보낸 공한에서 밝힌 대로 의정서는 실천이든 사문화든 결말을 내려야할 단계에 다다랐다. 특히 위헌 논쟁에 걸려 공전하고 있는 선거부정특조위법 제정은 연내를 그 시한으로 하고있다.
신민당은 의정서처리를 위한 최종적 3단계 전략을 짜놓고 있다. 1단계는 정치협상 모색, 2단계는 강경투쟁, 3단계는 유총재가 의정서사장에 대해 인책, 국회의원직을 내던진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18일의 새로운 회담제안은 제1단계작업에 들어선 것이며 협상모색의 시한 즉 1단계 작업의 성·패는 29일까지 매듭을 짓겠다는 것이다. (신민당은 의정서처리의 보장이 29일까지 있어야한다는 전제로 예산심의에 응했다.) 29일까지 협상이 성립되지 않거나 협상의 길이 트일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신민당은 제2단계로 이른바 강경투쟁에 들어서고 정국은 혼돈에 휩쓸릴 수밖에 없게된다.
사실상 의정서처리는 신민당소속 의원들에게는 중요하고 심각한 과제다. 의정서는 6·8선거부정의 시정을 위해 국회등원거부 투쟁을 폈던 신민당소속 의원들의 등원명분이었다. 의정서의 사장은 바로 이 명분의 상실이기도 한 것이다. 더우기 낙선자, 즉 원외측의 반발은 원내와 원외의 대립을 낳게될지도 모른다.
의정서의 최종 서명자였던 유총재는 지난10일께 의정서관철이 실패할 때 일어날 문제들을 얘기하면서 최선을 다해보고 끝내 안되면 모든 책임을 혼자 맡아 의원직을 내던질 결심을 명백히 밝혔다는 것이다.
새로운 여야대표회담이 성립될지는 의문이다. 공화당은 신민당이 말하는 협상시한인 29일까지 여유가 있기 때문에 22일 열릴 신민당중앙상위결과 까지 본 뒤 대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짙다.
공화당은 신민당의 제의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면으로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 제3의 길을 트기 위해 머리를 짜고있는 것이 아닐까. <이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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