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에 쌀 관세 6.7% 감세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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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백40여개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들은 요즘 농산물 수입을 가로막는 관세의 장벽을 낮추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말까지는 어떤 원칙에 따라 얼마나 낮출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각국이 서둘러 입장을 내놓고 있다.

농림부도 10일 농산물 시장개방 제안서를 WTO에 냈다고 밝혔다. 농산물 평균 수입관세를 선진국의 경우 6년 동안 36%, 개발도상국의 경우 10년에 걸쳐 24%를 각각 깎는 내용이다.

우리측 제안대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핵심농산물인 쌀의 경우 수입이 허용되더라도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핵심 농산물의 관세율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10년에 걸쳐 6.7%만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

협상 실무 주역인 농림부 이명수(52.사진)국제농업국장은 "명분에 집착해 휴지통에 들어갈 제안을 내 '왕따'가 되느니 WTO 농업위원회가 13일께 발표할 협상 초안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현실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제안서에서 2006년부터 6년 동안 관세를 낮추되 품목별로는 최소한 15%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또 농업 국내보조금 역시 총액기준으로 선진국의 경우 6년에 걸쳐 55%(개도국은 3분의 2인 36.7%)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李국장은 "그러나 식량안보 관점에서 핵심 농산물은 예외적으로 최소 관세 감축률을 15% 대신 10%로, 수출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품목의 보조금 감축률을 55% 대신 20%로 완화해 적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보조금의 90% 이상을 쌀 수매에 쓰는 우리나라는 개도국 인정만 받으면 보조금을 10년에 걸쳐 13.3%만 감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 제안대로라면 2004년 양허세율 기준 62.2%인 우리나라의 농산물 평균 관세율은 2011년에는 39.8%로 내려간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방어용에 가깝다. 그동안 한배를 탔으니 공조를 하자던 유럽연합(EU).일본조차 아직 우리측 안에 손뼉을 쳐주지 않고 있다.

李국장은 "최고 관세를 25%로 하고 모든 농산물 관세를 그 이하로 낮추자는 미국의 주장을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EU.일본측 안을 기본적으로 수용해 '왕따'가 되는 것을 피하면서 한국의 사정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느라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WTO 농업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13일 농업협상 원칙을 담은 초안을 낸 뒤 오는 14~16일 소규모 각료회의, 이달 말 특별회의를 거쳐 다음달 하순까지 관세 및 보조금 감축에 대한 세부원칙을 작성할 예정이다.

글=허귀식,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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