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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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6일, 서울의 아침은 안개 속에 묻혀 있었다. 밤새 내린 비가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포화상태를 이루어 새벽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도회지의 안개는 사뭇 살벌하다 길을 건너노라면 불쑥 험상궂은 자동차 달려들기도 하고,
「버스」 는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16일 아침. 서울의 안개 소동은 시민의 발을 묶어 잠시나마 교통이 마비되었다. 한강변은 불과 5미터 앞이 막막했다.
「프랭크·시내트러」군이 안개 때문에 「로스앤젤레스」를 버리고 「팜스프링」으로 갔다는 해외「토픽」은. 실감이 나는 아야기다. 「시내트러」는. 1주일에 세 번씩은 안개 병에 못 이겨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고 비명을 울렸다.
그가 새로 이사를 간 곳은 백양나무가 우거진 은빛의 전원 도시이다. 전원의 안개는 도회지에 비해 그 빈도수가 아주 적다.
도시의 경우는 자동거의 배기「개스」, 일산화탄소·먼지 등으로 무거운 공기가. 군림하고 있어 언제나 엷은 안개가 끼어 있는 상태를 면치 못한다.
한번 낀 안개가 걷히기도 힘들다. 안개가 짙은 날일수록 호흡기 질환도 잦다. 감기와 천식이 도지기 쉽다. 「가제·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기야 좋지만 한국사람의 활달한. 성미엔 썩 마음내키지 않는다. 안개가 짙은 날도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시민은 별로 없다.
마음이 안개요 세상드 온통 안개인데 『무슨 「마스크」야…』하는 심사인지도 모르지만….
한 내과의사의 말로는 깨끗한 공기속의 전원에서 가을날 안개 속을 걷는 것은 오히려 호흡기에 좋다는 말도 한다. 건조한 날씨에 습기가 배어있는 공기를 들이마시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락의 숲에 안개가 자욱한 한폭 동양화의 경치를. 찬미하는 정신건강을 두고 하는 말일까.
여하튼 도시의 안개는 그런 경지와는 격조가 다르다. 안개가 잦은 가을날일수록 당국은 매연이 심한 자동차는 엄격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석탄연기가 요란한 기차가 검은 안개(?)를 뿜으며 달리는 것은 도시의 안개를 더욱 살풍경하게 만든다. 다행아드 요즘의 안개는 포근한 초동의 신호이기도 하다. 날씨가 사나와지기 전에 김장들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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