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폭 후의 「하노이」|시민들 무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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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노이2일AFP합동】미국의 월맹에 대한 전면단폭의 「뉴스」는 2일 상오 11시15분(현지시간) 「하노이」시내 거리거리의 「라우드·스피커」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일제히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한결 같은 무표정 속에서 그 「뉴스」를 맞았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헤아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확성기에서 이 「뉴스」가 흘러나올 때 마침 기자는 나이 지긋한 한 쌍의 부부를 싣고 가던 3륜 자전거의 운전사가 차를 세우고 손님과 함께 「뉴스」를 듣고 있는 것을 보았다.
확성기에서는 『미국정부는 민족해방전선(NLF)의 요구에 따라…단폭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월맹정부는 회담에 참가할 용의가 있음을 선언하는 바이다』라는 「아나운서」의 말이 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세 사람의 얼굴에서는 전혀 아무런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근처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두 소녀가 얼굴을 밀짚모자의 널따란 챙에 가리운 채 자전거에서 내려 이 발표를 듣고 있었는데 이들도 똑같이 그저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우기 대부분의 보행자들과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무관심하게나 그냥 지나쳐 가고 있었다.
앞으로 이들 국민에게 정부와 공산당의 새 결정을 설명하기 위한 고되고 힘든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미국의 단폭 결정에도 불구하고 월맹이 총동원령을 해제 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이날 아침만 해도 기자는 「호텔」밖에서 어느 직장 노동자들이 전투 훈련을 하는 구령 소리 때문에 눈을 떴었다. 그들 중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서로 마주보고 총을 겨누는 연습을 하고있는 소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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