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 267년 만에 첫 한인 수석 부총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캐나다 밴쿠버 출생인 이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최우등 졸업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41세 한인 경제학자가 미국 최고 명문대의 하나로 꼽히는 뉴저지주의 프린스턴대 수석 부총장(provost)에 임명됐다.

프린스턴대는 다음 달 1일 경제·사회사업학과 데이비드 리(한국명 이상윤) 교수가 수석 부총장에 오른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린스턴대는 총장 밑에 각각 교육과 재정을 책임지는 수석 부총장을 두고 있는데 이 교수는 두 직책을 겸하게 된다.

 1746년 설립된 프린스턴대에서 아시아인이 총장 다음 2인자인 수석 부총장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이 교수를 수석 부총장에 지명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52) 현 수석 부총장. 그 역시 다음 달 1일 제20대 총장에 취임한다. 아이스그루버는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 교수와 함께 일하면서 탁월한 판단력과 행정력·인화력에 늘 놀라곤 했다”며 “최고의 수석 부총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프린스턴대에 올 땐 연구와 수업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이스그루버 총장 지명자와 여러 차례 대화하면서 프린스턴에 헌신할 또 다른 기회라고 판단해 부총장직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프린스턴대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젊은 총장으로 기대를 모으는 아이스그루버와 함께 프린스턴대 개혁의 청사진을 짜는 중책을 맡게 됐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고등학교까지 캐나다에서 보냈다. 이후 하버드대 경제학과 학부를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와 버클리·컬럼비아대 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에서 교편을 잡아왔다. 노동경제학 연구와 교육을 위한 이 학교의 산업경제연구소(IRS) 책임자이기도 하다.

 아내 크리스티나 리(한국이름 이효정·40)씨 역시 프린스턴대 박사 출신으로 이 대학 스페인·포르투갈어 및 문화학과 연구교수다. 이씨는 “프린스턴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일 때 남편을 만났다”며 “두 달 전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는데 남편이 영광스런 직책을 맡게 돼 경사가 겹쳤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앞서 김용 현 세계은행(IBRD) 총재가 2009년부터 3년 동안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에 드는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낸 바 있다. 이 교수가 프린스턴대 수석 부총장으로 능력을 발휘할 경우 프린스턴대는 물론 다른 명문대 총장 물망에도 오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뉴욕중앙일보 강이종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