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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새마을운동, 빈곤 퇴치 모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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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환복
새마을운동중앙회
국제협력위원장

박근혜정부 취임 이래 새마을운동 경험의 국외 전수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많다. 전 세계 인구 7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개발도상국 정부는 ‘농촌 문제의 해결 없이 국가 발전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각종 농촌개발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새마을운동과 같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새마을운동은 시행 후 단기간 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려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새마을운동은 연구의 대상이었다.

 국제사회가 새마을운동을 높이 평가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은 복잡한 개발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성공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주민에게 동기를 부여해 자발적으로 참여케 하는 실천운동이고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과정이다. 실제 새마을사업을 통해 전국의 모든 마을이 살기 좋게 바뀌고 소득 증대를 통해 삶의 수준이 향상됐다.

 둘째로 새마을운동은 정부 차원에서 보면 가장 저렴한 농촌개발 모델이다. 왜냐하면 새마을사업은 정부 지원이나 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자원과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이다. 70년대 전국적으로 시행된 수백만 개의 새마을사업 예산총액에서 정부가 직접 지출한 비중은 28%에 불과하며 마을 주민이 노동력이나 토지 또는 재원을 출연한 비중이 그 배에 가깝다.

 셋째로 새마을운동은 농촌·농민·농업이라는 소위 3농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농촌 문제는 마을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농민 문제는 새마을정신 교육을 통해, 농업 문제는 다양한 소득 증대 사업을 통해 각각 접근한다. 특히 새마을운동은 의식 개혁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 가능하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모델에서는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43년 전에 시작한 새마을운동은 주민에게 물고기를 주지도 않았으며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 이전에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자각하도록 했다.

 새마을운동이 한국에서 성공했다 하여 국외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새마을사업이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지의 문화·전통·관습 및 동원 가능한 자원 등에 대한 치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현지 실정에 맞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원조를 받는 나라 정부의 새마을운동에 관한 명확한 인식도 중요하다. 새마을운동은 대규모 물량 원조가 아니며 원조를 주는 나라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조를 받는 나라의 주민들이 스스로 실천하게 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과거 새마을운동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새마을지도자의 헌신적 봉사, 마을주민의 자발적 참여라는 황금의 삼각구도하에서 성공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사업 역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원조를 받는 나라 정부의 정책 활용 의지, 새마을중앙회와 같은 시행기관의 효율적인 현지화 이행이라는 새로운 삼각구도하에서 세계 빈곤퇴치의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난 4월 22일 개최된 ‘새마을의 날’ 기념 행사장에는 새마을 조끼와 모자를 쓴 외국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새마을교육을 위해 초청한 우간다·말라위·몽골의 연수생들이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개도국의 주민들이 새벽종을 울린 뒤 “좋아졌네 좋아졌어”를 함께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환복 새마을운동중앙회 국제협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