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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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늦어도 70년1월1일부터 공문서뿐만 아니라 신문·잡지를 포함한 모든간행물 및 공용문서에 전면적으로 한글전용을 시행토록 규정한「한글전용화세부계획」을 마련, 이를 강행하기 위해「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문교·문공·총무처·법제처·법원 등의 실무자급으로써 구성되는「한글전용추진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25일 이와같은 한글전용추진에관한 세부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한글이 제정반포된지 5백20년이 넘었는데도 한글전용에 반대하고 주저하는것은 비주체적전근대적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하는한편, ①문교부내에 영구위원회를두어 알기쉬운 표기법과 보급방법을 연구케 할 것과 ②한글타자기의 개량과 대중보급 ③고전의 국역사업을 서두를 것등을 아울러 지시한것으로 전해졌다.
아다시피 한글전용을 에워싼 논쟁은 결코 어제오늘에 시작된것이아니며, 한글전용을 반대하는 대다수 논자의 주장도 영구히 국한문병용을 고집하는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따라서 박대통령에 의한 이와같은 지시는 그전용의시기를 정부가 개입하여 늦어도 70년1월1일부터로 못박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가진것이라 하겠으나, 대다수 국민은 그가 의도하는 근본취지 자체에대해서는 이제 장황한 부연설명이 필요조차 없을것으로 생각된다.
주지되어있는 바와같이 본지는 국내의 모든 언론기관에 앞서서 점진적인 한글전용에의 노력을 경주해왔다. 66년11월1일자 본지는 앞으로 본지에서 사용할 상용한자를 1천9백66자로 제한한다고 발표한바 있으며, 다시 67년1월1일부터는 그상용한자수를 1천3백자로 제한하는 한편, 「모노타이프」인쇄기의 도입등으로 선구적인 실험을 다해오고있는 터이다. 이보다 1년늦게 한국신문협회도 68년1월1일을기해 국내신문에서 사용할 상용한자를 2천자로 제한키로 하자고 제안했던것인데, 이것 역시 국내언론계가 일치하여 점진적인 한글전용에의 길을 걷고자 노력하고 있었다는 증거라 볼수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62년 이후 문교부는 동부내에「한글전용특별심의회」를 설치하여 한자어 외래어 등의 우리말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왔던 것이며, 지난 5월에는 문교부가 성안하여 내무·문공·총무·법원·행정처등 관계부처와의 합의를 거친 단계적인「한글전용계획」을 발표, 73년부터의 한글전용을위해 문공부 산하의「한글전용연구위」, 문교부산하의「국어연구소」및「고전국역소」설치안까지 공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그때부터 불과 5개월 후인 작금. 정부가 이러한 단계적 전용계획을 백지화하여 다시 그 실시기간을 70년부터로 단축, 실시코자하는데는 주무당국인 문교당국으로서는 적어도 그러한 단축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에대해서 석연한 해명이 있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 다.
민족문화와 국민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요, 그근간을 이루는 언어문자에 관계되는 사항인 만큼, 우리는 한글의 전용계획이 결코 2, 3년이나 10여년의 시차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파동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학자·문화인과 관계당국사이의 기탄없는 토론및 협조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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