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과점 규제입법싸고 맞선 정부·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정감사 과정에서 독과점업체의 폭리시비가 의외로 격화확대됨에 따라 당황한 정부가 일종의 타협안으로 제시했던 독과점가격규제법제정계획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경제기획원과 공화당정책위는 이미 법제정의 기본방향에 대한 협의에 착수했고 이에 대응해서 업계측은 벌써부터 반대의견을 간추려 법제정중지내지 규제완화등을위한 일련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점차 표면화해가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법안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때문에 가격규제법제정에 관한 시비도 초점과 그문제성을 뚜렷이「클로즈·업」시키지는 못하고있다. 그러나 법제정의도만은 이미 정부당국자에의해 명백히 제시된바 있는만큼 이와 관련해서 설정된 구체적 법제정방향과 이에대한 업체의 의견을 다음에 간추려본다.

<법제정방향>
이번 회기안의 국회통과를 대전제로 정부·여당이 계획중인 독과점상품가격규제법안은 폭리에 대한 원인규제보다 결과에 대한 규제에 역점을 두고 가격중심으로 규제가 가능하도록 방향을 잡고있다.
법안의 골자로서 정부·여당이 설정한 방향은 ▲독과점상품의 가격협정이나 판매협정등 「카르텔」형성을 금지시키고 ▲폭리행위가 있을때에는 법인세·법인영업세등을 통해 세추징율 단행하며 ▲원자재수입에 필요한 외화배정을 중단하고 ▲관계규정에 위반한 업체에 대한 처벌규정을 넣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조정위원회를 신설, 가격번의·통제기능을 맡기고 본법에는 품목과 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별도 시행령에 의해 규제하며 국제경쟁단위에 미달하여 가격고가 불가피한 상품은 가격을 지정 공고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독과점상품가격규제법안은 우선 현재 국회에 계류증인 공정거래법이나 거의 사문화되어있다시피한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조치법과는 약간 다르며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위해 가격중심의 사후규제를 목표로 하고있는게 특색이다.
공정거래법안이 원인규제중심의 강력한 규정을 하고있는데 반해 이규제법은 가격협정이나 판매협정의 방지중 부분적인 원인규제를 빼곤 거의 결과규제가 중심이며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 조치법이 생필품중심으로 가격지정을 목적으로 한것과는 달리 독과점상품의 폭리에 대한 사후처리로 폭리행위가 다시없도록 하자는게 근본바탕이다.
이규제법제정에 따라 정부는 이제까지 국회의사에만 맡겨오던 공정거래법안을 스스로 철회방침이며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조치법의 폐기 여부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독과점업체의 폭리규제방안으로 ①공정거래법안을 수정 제출할 것인지 ②행정부 단독안으로 만들것인지 ③국회에 일임 할것인지를 검토해온 끝에 정부와 여당이 각각 규제법안을 성안 단일안으로 절충하기로 했지만 너무나 결과규제에 치중한때문에 법운용면에 많은 문젯점을 남길 우려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왜냐하면 결과규제에만 치중할 경우 독과점업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소지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법제정과 함께 12윌5일까지 시한부로 생산성본부와 대학연구기관에 맡겨진 원상조사를 토대로 1차적인 조치 (폭리가 있으면 과세추징)를 취할 방침으로 있어 그규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업계의 반응>
공정거내법을 맹렬히 반대했던 업계는 독과점가격규제법제정계획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 신경을 곤두세운채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독과점가격규제법이 생산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고 그결과로 나타나는 제품가격을 규제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일단 안도의 빛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상격규제 역시 업계가 그토록 철폐에 주력해온 「물가조절에관한 임조법」을 보완강화하는 형태가 되는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기업활동의욕을 저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 법제정계획을 철회하는것이 최선의 길이나 차선책으로 여러문젯점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근본적으로 독과점규제법이 『격화하는 국제경쟁에 대응해서 산업재편을 위해 기업통합을 꾀하고있는 세계적조류에 역행하는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각국에서 성행하는 산업의 합병대형화정책이 오히려 독과점상태를 조장하고있음을 상기시킨업계는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의 산업육성정책이 오늘의 광범위한 독과점상태를 결과했다고 본다. 따라서 공업화-수출증가-경제자립을 지향하는 정부시책에 변함이 없다면 규제법제정은 이러한 시책효과를 크게 감살하여 자칫하면 모처럼 궤도에 오른 공업성장 「무드」를 깨뜨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수출증가를 위해 일부 수출결손을 내수용공급으로 「커버」토록 의식적으로 유도해온 정부가 지금에 와서 가격규제를 기도하는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규제법제정의 발단이된 외자도입업체는 차관신청 당시에 정부가 규모, 원가및 국제수지효과등의 사업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히 측정했어야하며 사후에 가격만을 가지고 규제하려는 곳에 무리가 따르는것이며 따라서 규제효과도 없을것으로 분석하고있다.
결국 업계는 가능하다면 무역및 조세정책으로 이를 규제하는것이 가장 좋으며 꼭 이를 제정해야 한다면 개방경제체제에 역행하면서 일종의 가격통제를 부활하는데서 나타날 문젯점과 부작용에 면밀히 배려할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적되는 문젯점으로는 ▲대상품목을 어떻게 선정하고 ▲규모및 생산성등과 견주어 어느 수준이상을 폭리로 볼것이며 ▲동일 업종에서 독과점 대기업체의 제품가격을 규제한다면 중소기업제품가격은 어떻게 하느냐와 같은 형평의 문제까지도 열거되고 있다. 결국 공정거래법 논쟁의 경우와 같이 이번에도 독과점 횡포를 규제할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방법이 반드시 법제정으로 귀착되어야할 이유는 없다는것이 업계일반의 견해이며 그밑바닥에는 정부가 묵인한 몇몇차관업체 폭리의 뒤처리문제를 왜 우리전부가 뒤집어 써야하는가라는 불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박동순· 이종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