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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장 눈뜬「수출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내일을 위한 번영의 광장」, 그 깃발아래 막을 올렸던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가 20일 폐막된다. 개막의 42일, 몰려든 인파만도 예상인원 1백만명을 훨씬 넘는 1백85만명, 입장료 수입만도 예상수입의 2배인 7천5백만원이나 됐다.
그동안 미·일·영국을 비롯, 멀리 「쿠웨이트」, 「네팔」등 39개국에서 1천4백95명의 「바이어」가 와서 지난17일현재 1천9백23만「달러」(한화 53억3천8백만원)어치의 국산품을 사가기로 했는가 하면, 20일까지는 2천만「달러」의 판매계약을 할수있다는 주최측의 말이고 보면 박람회 기간동안 『우리도 수출국민임을 자랑한다』는 「캐치프레이즈」값은 충분히 한셈이다.
제l회한국무역박람회가 한때 복권박람회라는 말을 듣게했던 말썽의 복권도 4백만장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주최측의 말.
이제 막을 내리는 박람회를두고 우리는 무엇을얻고무엇을잃었는가? 제일 큰소득이라면 수출견본시장으로서의성과다. 그것도 6주간이라는오랜시일을 두고 얻은 수출가능품목의 점검을할수있었다는 것이다.

<판매계약 86개품목 복권 4백만장 매진>
그동안 수출계약된 86개품목의 상품가운데에는 「홀치기」제품이 20건 6백87만「달러」어치로 으뜸을 차지하고 「스웨터」21건 2백95만「달러」, 모직물1맥30만「달러」의 순서로 대별되었다. 그밖에도 이쑤시개가 미국에 8천6백「달러」어치나 팔려나가고 「비닐·팬티」가 「네널란드」에, 「콘돔」이 「이란」과수출계약되는등생각지도않았던부문에서수출가능성이엿보인것등은그냥 지나칠수없는것으로보이고있다. 이들계약된 상품들도 대부분 운반에 편리하고 운반비용이 적게드는 가벼운 것들.
주최측은 이번 한국무역박람회를 통해 공기총, 어항장식품,「헤어·클리프」등3개 품목은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가발, 「콘돔」이 「이란」에, 「시멘트」와 「프린트」합판이 「쿠웨이트」등에 새로운 시장개척을 하여 주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무역박람회는 새로운 수출상품의 발견, 신판로 개척등과 함께 앞으로의 또다른 형태의 박람회등을 위한 많은 문제를 남기기도했다.
우선 복권시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1일 8∼15만장씩 제한판매를 하던 복권이 매일 하오2시면 매진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복권에 비친 사행심을 탓하기보다 사행심을 조장한 복권판매로 목적과 수단을 혼동케한 주최측의 시행착오는 재고되어야할것이다.
주최측은 복권판매 수입금 2억여원중 1억원을 상금으로, 인쇄비·인건비등 2천7백만원을 뺀 7천3백만원이 순수입으로 오른다고 말하고있다.

<줄줄이 무허음식점 외국손님 눈돌리고>
그러나 복권관리는 기막히게 잘한 주최측이 개막에서 페막때까지의 박람회장 운영, 시설미비등은 얼마나 준비성 없이 서둘렀던것인가를 충분히 드러내주고도 남았다.
개막 첫날의 경우 4만명, 첫 일요일인 9월16일에 25만의 인파가 몰려들었을 때의 혼란을 주최측은 무엇이라고변명할수있을까? 한곳의 휴게소, 2백개의 「벤치」, 9곳의 변소, 3개처의 입장권 판매소가 마련돼있었지만 28도의 뙤약볕아래 2∼6시간 구경해야하는 관객들중에는 40여명이 일사병으로 쓰러졌고 주최측을 원망하며 중간에 퇴장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었다.
놀란 박람회측은 9월22일 4백여만원의 광고비를 들여 『일요일 토요일은 될 수 있으면 오지말아달라』는 역선전 광고를 내야만했고.
주최측은 1일 2∼3만명을 예상한 시설이었지만 너무나 빈약한 부대시설이었다.
네곳의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했다. 그나마 냉면 불고기등 음식분량이 시내의 절반정도.
불백 1인분값이 1백60원에서 1백90원 사이를 하루에도 몇번 오르락 내리락해도 주최측의 통제력은 미치지못했다.
2주가 지난후 휴게소, 변소, 휴지통등을 증설했지만 정문밖에는 무허가 음식장수들이 판을쳐 찾아든 외국손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것등은 보안사범과 소매치기, 들치기, 날치기등, 들끓는 치기배와 함께 없애야될큰문제임도잘드러났었다.
이제 청산위원회가 뒤처리를 맡게되겠지만 우리모두가 그동안 얻고 잃은 것에 대한 충분한 결산을 해야겠다.

<손석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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