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저희 나라? 우리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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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저희 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아쉽지만 잘 싸운 저희 나라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간혹 방송에서 듣는 말이다.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 선생님은 참 상냥하세요”와 같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낮추어 말할 때 쓰인다.

 ‘저희 나라’는 우리나라를 낮추어 말하는 것이다. 이는 겸손하게 말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나쳐 생긴 잘못된 표현으로 ‘우리나라’라고 써야 한다.

 간혹 국제 관계에서나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자기의 나라나 민족은 다른 나라나 민족 앞에서 낮출 대상이 아니다.

 또한 서양에서는 높임말이 없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my)’ ‘우리의(our)’ 등 동등한 자격을 나타내는 표현만 있을 뿐이다. 정중하게 이야기한답시고 대등한 관계인 나라·민족을 표현할 때 ‘저희 나라, 저희 민족’이라고 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외국인에게 “당신의 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김치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된장찌개를 가장 즐겨 먹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불고기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입니다”와 같이 ‘우리나라’를 쓰거나 국가의 이름을 붙여 표현하면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이란 뜻의 한 단어로 올라 있으므로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쓰도록 한다.

 막말 사용의 증가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도 잘못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낮출 필요가 없는 대상을 낮추어 부르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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