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간인 사찰 기밀 폭로 … 전 CIA직원이 휘슬블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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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

이번에도 내부고발자였다. 미국 사회에 핵폭탄급 논란을 가져온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감청·정보수집 실태를 폭로한 이가 전직 중앙정보국(CIA) 기술전문요원 에드워드 스노든(29)으로 밝혀졌다. 2009년까지 CIA에서 일했던 그는 통신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의 파견직원으로서 지난 4년간 NSA에서 근무했다. 이로써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특종 보도로 시작된 ‘NSA 리크스(폭로)’ 논란이 ‘국가 안보 vs 사생활 보호’를 넘어 ‘국가 기밀의 조직내부 폭로’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스노든은 9일 가디언 및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자신이 기밀 폭로자임을 스스로 밝혔다. “NSA가 모든 것을 간섭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닥치는 대로 통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자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온라인 세상의 자유와 사생활을 파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노든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변화를 기대했지만 감시 프로그램을 통제하지 않는 데 실망해 터뜨렸다”고 고백했다.

 앞서 가디언과 WP는 오바마 행정부가 주요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의 고객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비밀리에 수집해 왔다고 폭로했다. 1급 기밀문서를 인용해 NSA와 미 연방수사국(FBI)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중앙서버에도 직접 접속, 일반인의 웹 접속 정보를 추적해온 것도 밝혔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민간인 사찰 폭로는 단박에 미 사회를 ‘빅브러더’ 논란으로 밀어 넣었다.

  하와이 NSA 사무소에서 연봉 20만 달러(약 2억2500만원)를 받으며 일해온 스노든은 지난달 20일 홍콩으로 이주했다. 그는 미 정부의 추적 위협을 받고 있다며 납치 및 강제소환에 대비해 아이슬란드로 망명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측은 “당사자가 아이슬란드에 있어야 그런 (망명) 신청서를 낼 수 있다”며 조건부 거부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1997년 범죄인 인도조약협정에 근거해 홍콩 당국에 스노든의 본국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2010년 브래들리 매닝 육군 일병의 ‘위키리크스’ 파문에 비견되는 내부고발자의 폭로에 미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마이크 로저스(공화·미시간) 하원 정보위원장은 9일 ABC방송에서 “민감한 기밀 프로그램을 유출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위험하다”며 “(공직) 선서를 위반하고 유출한 자는 마땅히 기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의원은 NSA의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애국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만들어진 애국법에 따르면 미 정부는 영장 없이도 통신회사 등으로부터 이용자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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