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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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봄 교육구청에서 철제「시소」를 두대 보내왔다. 그날 우리학교 7명의 교직원과 3백명이 채 못되는 어린이들은 축제기분이었다. 그림에서만 보던「시소」를 탈수있는 부푼 희망에 꼬마들은 춤추듯 들떠있었다.
그런데「시소」를 설치하고나니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쉬는 시간마다「시소」위에는 꼬마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다닥다닥 열리고 서로 먼저타려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생각다못해 교직원들은「시소」옆에 지켜서서 차례대로 태워주고 수업시간을 할애하여「시소」놀이를 시켜주어 이소동(?)은 가까스로 수습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타는 것이 감질나게만 느껴진 꼬마들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시소」를 더타보려는 일념에 조반도 안먹고 이른 아침부터 등교하는 꼬마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 아이들은 신물이 나도록「시소」를 타다가 공부시간에, 들어가면 십중팔구 둘째시간도 마치기전에 허기짐에 못이겨 집으로 되돌아가야만했다. 흙과 들놀이밖에 모르며 자라온 산골어린이들.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 오는것을 금치못했다.

<김봉술·충남 논산군 조동국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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