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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녹내장은 환자 의지와 치료제 선택에 좌우되는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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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은 눈의 압력이 높아져 빛을 받아들이는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지면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야 할 눈은 공기를 빵빵하게 넣은 타이어처럼 딱딱해진다. 시신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 결국 시력을 잃는다. 녹내장인지 모르고 있다가 눈이 이상하다며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녹내장이 무서운 이유는 완치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한 번 망가진 시신경은 다시 예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한다. 현재 녹내장 치료법은 조기에 발견해 시신경이 더 망가지지 않도록 진행을 멈추는 데 그친다. 약물·레이저·수술로 안압을 낮춰 치료한다. 환자의 상당수는 안약을 써서 시신경 손상을 막는다. 이때 안약은 평생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녹내장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약 부작용이다. 녹내장 치료제를 점안한 뒤 일부는 안구건조증·충혈·따가움·다크서클 증상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스스로 녹내장 치료를 중단한다. 결국 녹내장이 다시 진행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

필자의 환자 중 50세 여성은 정기검진으로 초기에 녹내장을 발견했다. 약 1년간 약물 치료를 잘 받았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약을 넣을 때 눈이 건조하면서 충혈이 심해지자 스스로 치료를 중단했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땐 녹내장이 많이 진행됐다. 이후 안구건조증 부작용이 덜한 약으로 바꾸면서 녹내장이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최근엔 장기간 안약을 넣어도 안구건조 증상이 없는 무보존제 녹내장치료제(코솝S)가 나왔다. 안압을 낮추는 약효는 유지하면서 보존제로 사용하는 벤잘코늄염화물을 없앴다. 장기간 안약을 투여할 때 보존제 때문에 발생하는 안구표면 부작용을 줄였다.

임상안과학지(Clinical Ophthalm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무보존제 점안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81.8%는 약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또 안압을 낮추는 동안 안구건조증·이물감 같은 증상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녹내장 환자가 시력을 유지하려면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 선택이다. 녹내장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평생 안압을 낮추는 약을 올바르게 투약해야 한다. 녹내장은 환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 결과가 좌우되는 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규원 원장 대구제일안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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