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오래 가지 않아 … 엔화 약세에 더 투자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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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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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일본 증시, 계속 투자해도 되나
A1 단기 조정 가능성 커…일단 지켜봐라

기로에 선 아베노믹스, 투자자의 세 가지 궁금증

많은 전문가가 최근 일본 증시 조정과 엔화 급등을 '단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엔화 약세가 진행되고 주가가 오르다 보니 자연스러운 조정이 왔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정책 기조가 분명한 만큼 장기적으론 엔저가 지속되고, 유동성으로 인한 주가 상승도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은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과의 일문일답.

-국내에서도 일본 펀드 환매가 줄을 잇는다.
“단기적인 조정 국면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수가 80% 이상 올랐다. 20% 정도의 조정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최근 환매한 투자가들은 기관이든 개인이든 꽤 큰 수익을 냈을 거다. 시중에 풀린 돈을 감안하면 일본 증시는 좀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다.”

-엔화 가치가 최근 오르는 것도 역시 단기적인 현상일까.
“그렇다. 주식 시장과 연관이 있다. 상반기에 외국인 일본 자금이 주식 시장에 많이 몰려 왔다. 최근 차익 실현을 하면서 주식을 털고 나간 이가 많은 것 같고, 이 과정에서 환 헤지 물량 때문에 엔화 가치가 올랐다고 본다. 단기간 조정을 받은 뒤 엔화 약세는 다시 진행될 거다. 아베 정부가 약속한 양적완화 정책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약세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엔저로 기업이 힘을 받으며 일본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장기적으로 진행될 거라 본다.”

-일본 증시가 여전히 투자할 만하다면 주의할 점은.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니 환헤지가 필수다. 증시 상승으로 벌고 환차손으로 다 잃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엔저가 무조건 일본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베노믹스의 계산대로 경기가 순조롭게 부양될 경우에만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엔화는 단기 조정 뒤 다시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는 달러화의 강세로 인한 상대적 약세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이 환율만 보고 주식을 사진 않는 만큼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주가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계속 심각해질 경우 엔저 정책이 막을 내릴 거란 전망도 없진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기사에서 “아베노믹스가 애초 기대처럼 경기 회복 열차가 되지는 못할 거란 징후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 정책 성공의 핵심 열쇠였던 엔저 추세가 거의 끝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급격한 엔저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은행의 유동성이 위험에 빠지는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일본 정부가 급격한 엔저 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며 “엔저가 마감되거나 최소한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Q2 몸값 내려간 엔화, 빌려쓸 만할까
A2 리스크 감당하기엔 메리트 적어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거나 금융 거래를 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결론적으로는 국내에서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엔화 대출 잔액은 1조766억여 엔. 엔화 대출 잔액이 1조7107억 엔에 달했던 2006년과 비교하면 6000억 엔 이상이 줄어들었다.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 연말(1조1235억 엔) 이후로도 3개월 사이 500억 엔이 줄었다.

이는 엔화 약세를 틈타 그동안 골칫덩어리이던 엔화 대출을 갚아버린 이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원화 대출 전환 수수료를 폐지해 가며 엔화 대출 상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우리은행 역시 중소기업에 원화 대출 전환 수수료를 깎아줘 가며 엔화 대출을 줄였다. 지난 연말 1195억 엔이던 엔화 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1053억 엔으로 줄었다. 위성욱 우리은행 여신기획부 부부장은 “2008년 갑자기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어쩔 수 없이 만기 연장만 해오던 엔화 대출자들이 최근에 대출을 많이 상환하는 추세”라며 “이때의 충격 때문에 약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엔화 대출을 받겠다고 나서는 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엔화 대출이 크게 늘었던 2005~2007년과는 달리 국내 금리가 일본 못지않게 낮은 것도 엔화 대출이 주춤한 원인 중 하나다. 이석훈 대구은행 여신기획팀장은 “2007년엔 국내 대출 금리가 보통 연 7~8%로 일본과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를 각오하고 엔화를 빌린 대출자가 꽤 있었다”며 “지금은 국내 금리도 연 4% 안팎에 불과해 굳이 일본 자금을 빌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시장의 특성만은 아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인 2005~2007년 세계시장으로 빠르게 흘러들어간 엔화는 지금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일본계 자금은 자국으로 8조9000억 엔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7조5000억 엔이 빠져나갔던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엔화를 빌리려는 수요도 적다.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올 3월까지 일어난 엔화 단기대출 증가액은 4조 엔.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됐던 2006년 10월부터 2007년 3월까지의 증가액(15조8000억 엔)에 크게 못 미친다. 차이를 만들어낸 건 두 가지. 선진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 증시 상승이다. 김철웅 금감원 금융시장분석팀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금리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계 자금이 해외 투자에서 올릴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어졌다”며 “최근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가 급등하면서 오히려 일본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Q3 국내 증시는 반사이익 볼까
A3 기업 실적이 관건 … 흑백 논리 벗어나야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는 국내 증시. 그 원인을 엔저에서 찾는 시각이 많았다. 그렇다면 엔화 가치가 조정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국내 증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 증시를 대치 국면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자동차 등 일본 시장과 경합하는 몇몇 업종이 엔저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전반적인 주가 침체의 원인은 기업 실적 부진이라는 것이다.

-기업 실적을 감안해도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따져보면 국내 증시는 너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은데.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사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돈 버는 회사가 삼성전자 하나라고 봐도 된다. 다른 기업의 경우 워낙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까지 급락하니 증시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진다. 주가가 1800선으로 내려가면 몰라도 1900선 중반은 싸다고 확신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동안 엔저 때문에 주가가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라는 건가.
“데이터를 살펴보면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증거가 없다. 엔저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국내 증시에 타격이 크다. 유럽 채권 시장에서 일본 자금이 빠지면 유럽 시장이 흔들리고, 그러면 중국 시장과 우리나라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올 수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일본 증시 하락이 국내 증시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선진국, 한국은 신흥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본에서 빠진 자금이 직접적으로 한국에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사이익을 기대해 수출 경합 업종인 자동차주를 매수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전략을 세워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환 비엔지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선진국 증시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확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신흥국 증시 역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국내 증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거란 기대도 있다. ▶국내 기업이 급격한 엔저로 인한 부담을 떨쳐낼 수 있다는 점 ▶뱅가드 펀드의 순매도로 인한 충격이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 등이 이런 기대를 부추긴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진다 해도 상반기처럼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국내 기업이 상반기엔 엔저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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