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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업체-외상 건설의 공과를 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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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차 5개년 계획과 함께 본격화한 외자 도입의 공과에 대한 시비는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다. 외자 도입은 한국 경제의 급속한 고도 성장을 결과했다는 평가가 「공」의 측면이라면 남발된 특혜에 의해 재정, 금융 질서를 파괴했고 70년대의 외환 위기를 자초하게 되리라는 비판이 「우」로 제기된다. 그러나 통틀어 경제 전반과 개개 차관 업체의 입장에서 다같이 「외자 도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음미해야할 고비에 왔다는 점에 관한 한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는 9일부터 28일까지 20일간의 장기간에 걸친 차관 업체 특별 국정 감사에 착수함으로써 62년 이후 줄곧 경제적으로 최대의 「이슈」였던 「차관」에 대한 총 결산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부>
경제기획원은 지난 5월에 실시된 차관 업체 실태 조사의 결론으로 ▲차관 업체 제품에 대한 전면적 수입 제한 ▲부진 업체 운영 자금의 정부 지급 ▲국제 단위 미달 업체의 추가 차관 및 ▲수요 추정의 재조정 등을 건의했었다.

<수입 대체 효과 별로 없어 소비재 산업에 과도 치중>
이 건의의 밑바닥에는 ①해당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야할 만큼 차관 업체 제품의 생산 원가 따라서 국제적인 경쟁도가 낮고 ②운영 자금을 다시 지원해야할 정도로 차관 업체의 경영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는 기획원측의 결론적 평가가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③「규모의 이익」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했고 ④수요 추정이 그릇되었음도 아울러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원과의 용역 계약에 의해 4명의 서울 상대 교수단이 제출한 『한국 수입 대체 산업에 관한 연구』는 5개년 계획이 역점을 둔 분야 가운데 사회 간접 자본 및 전력 등 기초 산업을 제외하고 재량의 여지가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었던 수입 대체 산업의 측면에서 투자 효율성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를테면 각종 수입 대체 산업에 주어진 보조는 노동생산성과 기술 집약도가 낮은 소비재산업에 과도히 치중함으로써 기본적 투자 공책에 어긋나며 소비율을 억제하여 국내 저축을 동원한다는 당면 과제와도 상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곧 정부의 차관 정책이 우선 수위를 그르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제 규격 미달로 원가고 다수 허가로 수요도 넘쳐>
그러나 지금까지의 계속된 외자 도입 논쟁을 통해 부각된 두드러진 쟁점은 특혜로 귀착된다.
실제로 자동차 공업 육성을 위한 정부 시책이 반전을 거듭했고 소규모 화섬 및 시멘트 공장이 다수 허가됨으로써 안배의 인상을 짙게 했다. 화섬 차관 허가의 방편으로 수급 계획이 몇 차례나 쉽게 고쳐졌으며 소요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편법이 원용되었다.
명확히 특혜를 가려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동안 두드러지게 거론된 것들 중에는 ▲금융 지원을 통해 구 태창 방직을 불하 받은 방림 방적 (판본)이 수출 전용 시설을 도입, 제품 일부를 내수로 돌리고 운영이 부진하여 대불이 발생하자 다시 l천만불의 현금 차관을 도입, 대불 등의 부채 정리에 사용한 것 ▲「나일론」 등 화섬 제품이 수입 제한 관세 및 관세 장벽 등의 보호 조치에 의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어온 것. ▲막대한 차관 자금을 투입, 도입한 원양어선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잡어 수출불에 의한 「나일론」사, 「에어컨」 등의 인기 품목 도입을 허용하여 사치성 소비재 도입을 조장한 것 등이 있고 ▲대한 농산계에 대량의 양곡 연불 도입을 허가하여 금리상 엄청난 혜택을 주는가하면 선박 도입까지 허가했으며 최근에는 화전 건설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는데 많지 않은 자기 자금만으로도 여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가보다 비싼 폭리도 정치 비용 많아 경영 장애>
차관 업체의 원가고 요인은 수입 대체와 수출의 측면에서 다같이 장애가 되고 있다. 흥한화섬은 누적한 부채의 이자 부담이 제품 원가의 30%에 달하고 그릇된 기술 도입은 최고 매상액의 25%를 「로열리」로 지불하는 결과 (경북 「메리야스」 염색)를 가져왔다.
동양화학은 「소다」회 주원료인 소금을 수입하면 한가마 2백원 정도인데 비싼 국산염 (한가마 2백85원)을 써야 하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지고 있다.
전자 공업의 권위 김완희 박사는 한국 기업 경영의 중요한 장애로서 과다한 정치 비용을 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한편에선 원가가 싼 데도 불구하고 고가 판매를 묵인, 폭리를 조장한 일도 있다. 최근 한국 나일론의 「나일론」사 가격은 70번수 「파운드」당 4백80원. 이것은 연초보다 1백50원, 3년전 보다는 3백원 이상이 폭락한 가격이다.
그만큼 종래의 가격은 한국 나일론에 엄청난 폭리를 주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신진 자동차는 금년 초에 아무런 원가 변화 요인 없이 「코로나」 판매 가격을 대당 10만원이나 인하하고 월부 판매 조건도 대폭 완화했다. 값이 떨어진건 좋지만 이유 없이 인하 할 수 있었던 것은 종전 가격이 이유 없이 비쌌다는 증거다.
규모가 크면 이익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다. 그런데 차관 업체들은 국제 규모 (괄호 안)에 미달하는 것이 태반이다.
예컨대 대선조선 7천톤 (50만톤), 흥한화섬 5천4백톤 (2만1천톤), 금성사 전선 공장 4천톤 (5천톤), 충북 시맨트 40만톤 (1백만톤), 삼양 펄프 7천5백톤 (1만5천톤) 등이다.
PVC공장의 국제 단위는 연산 3만톤 이상 5만톤인데 국내 공장은 대한 플라스틱 6천6백톤, 한국화성 l만5천톤, 우풍화학 1만톤, 해림화학 7천톤, 공영화학 6천톤으로 전부가 국제 단위 미달이며 그 결과로 공영화학의 경우 PVC 제품 톤당 13만원으로 일본산 (7만2천원)에 비해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합섬 공장의 경우에도 국제 단위가 일산 30톤인데 국내 공자은 지금까지 전부가 10톤 미만이다.
「나일론」 공장의 경우, 일산 2·5톤이면 생산 원가의 9·4%, 기타 비용이 5톤이면 9· l%, 10톤이면 6·8%, 20톤이면 3%, 50톤이면 0·8%까지 줄어든다. 일반 관리·판매비 및 영업외 비용도 2·5톤의 10·1%가 20톤에서는 3·2%로 줄어든다.
한일합섬은 69년에 일산 32·5톤의 국제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각 공장의 경쟁도 격화할 것이나 단위 미달 공장을 구제하려면 적당한 가격이 유지되어야하고 따라서 한일합섬은 규모의 이익을 소비자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한국비료는 요소 생산 원가가 톤당 61불에 불과한데 여타 호비·충비 등 90불 이상, 3·4비는 80불 이상. 그러나 정부는 농협 인상 가격을 「풀」로 조정하여 「규모의 이익」을 업자에게 귀착시키지 않은 예도 있다. 규모와 함께 시설을 비싸게 도입한 예는 흥한화섬 공장과 수공 소속 원양어선. 수공은 필요 이상으로 설비가 복잡한 어선을 도입하여 유지비가 비싸졌고 지금의 A중유를 일반 중유로 바꾸면 인간 50만불을 절약할 수 있는데도 당초의 설계를 잘못하여 이를 시정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원료 수입 의존도는 88% 대부분이 가공 공장 구실>
외자 도입 사업을 벌이자면 우선 걸리는게 경제 및 기술적 타당성 조사다. 그러나 이 타당성 조사는 경제적 측면에서 보다 정치적 이유에 의해 별반 뚜렷한 기준 없이 적당히 맞추어져 왔고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내 기술의 후진성 때문에 면밀한 검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또한 타당성에 맞추기 위한 도입 초기의 수출 전용 등의 명분은 차츰 가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특혜를 위한 위장 전술로 둔갑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차관 업체는 수출 산업 또는 수입 대체 산업이란 명분을 내세웠으나 4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기획원 조사에 의하면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무려 88%.
원료의 개발 대책이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공장이 단순한 가공 공장으로 전락했으며 그 결과 대체 효과는 불과 20%미만에 머물렀다.
신진자동차의 경우, 금년 말까지 소형 승용차의 국산화 비율을 82%까지 높인다고 약속했다. 최근의 국산화 비율은 25·87%에 불과하다.
자동차의 완전 국산화라는 사탕발림 때문에 국민들은 완제차를 수입하는 것보다 비싼 차를 써야하는 엉뚱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자기 자금 겨우 55·6%뿐 은행 관리로 융자 덕보고>
경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부터 개발 사업에 손대기 시작한 업계는 지나치게 외국 자본에 의존했으며 갖은 방법으로 내자 조달 방편을 이용해왔다.
그것은 고금리라는 여건이 부채질한 것도 한 원인이지만 우선은 싼 금리에다 원금을 공장 가동 다음에 갚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과중한 부담을 지게되고 결과적으로는 새 자금 루트를 잡아야만 상반 능력을 갖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외자 도입 4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금 구성을 보면 총 내자 2백25억8천6백만원 중 55·6%가 자기 자금이고 은행 융자 등 타인 자본이 44·4%의 고율.
「유니온·세로판」의 경우는 내자 5억8천만원 중 5억5천만원 (94·8%)이 타인 자본이고 흥한화섬도 내자 40억원 중 77·7%에 해당하는 31억원을 은행 융자와 사채로 충당하고 있다.
또한 대한「플라스틱」은 내자 5억3천만원 중 38%인 2억원만 자기 자금으로 부담했으며 수산개발공사는 금융 지원만도 26억원 (산은 9억원, 외환은 17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밖에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것이 은행 관리 기업체로 들어가 융자의 잡음을 없애는가하면 대불을 통해 상환 부담액을 은행에 넘겨씌우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신진자동차는 독점 경영과 사업 확장을 하면서도 계속 산은 관리를 받고 있고 대한양회가 7억원의 제일은행 융자를 받고 관리 기업체로 들어갔다.
또한 8월10일 현재 대불액은 7억1천5백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 상환 부담 증가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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